전체메뉴

donga.com

[베이스볼 비키니]스트라이크 판정만큼은 사람, 심판에 맡기자
더보기

[베이스볼 비키니]스트라이크 판정만큼은 사람, 심판에 맡기자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입력 2015-11-04 03:00수정 2015-11-04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2015년 프로야구 총 투구 분석하니 모든 상황서 계란 눕힌 모양 나와
타자 크게 불리하면 볼 선언 많고, 투수 몰리면 스트라이크 후한데
이것을 잘못됐다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기계’에 맡기는 데 반대합니다. 제 기사를 꾸준히 읽어 주신 독자분이라면 “그렇게 비디오 판독을 주장해 놓고 무슨 소리냐”고 물으실지 모릅니다. 그래도 별수 없습니다. 세이프, 아웃, 파울 판정과는 별개로 볼이나 스트라이크 판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계나 로봇이 세상 모든 일을 대신해도 스트라이크 판정만큼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홈플레이트는 움직이지 않는다”(새철 페이지)

저는 이 글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이 어떻게 생겼는지 공개하려 합니다. 이미 그림 확인하셨죠? 한국 프로야구 스트라이크 존은 계란을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입니다. 야구인들은 보통 ‘담뱃갑을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에 비유하는데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 그림은 제 마음대로 그린 게 절대 아닙니다. 군사용 레이저 기술로 투·타구 정보를 알려주는 애슬릿미디어사의 ‘트랙맨 베이스볼’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그래프 안은 해당 구역으로 들어온 공의 50% 이상을 구심(球審)이 스트라이크로 선언한 영역입니다. 공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저게 어떻게 스트라이크야?’ 싶은 공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시즌 동안 투수들이 던진 공 5만 개로 ‘빅데이터’ 분석을 해 보면 이 그림이 나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투구 분석 시스템이 처음 등장했던 2007년 소동이 일었습니다. 구심이 △왼손 타자와 오른손 타자 △스타급 선수와 비스타급 선수 등으로 나눠 서로 다른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했다는 게 실증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왼손 타자에게 적용하는 스트라이크 존이 더 넓었고, 스타 선수 역시 유리한 볼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심판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왼손 타자, 오른손 타자 모두 거의 똑같은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습니다. 다승, 홀드, 세이브 각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투수나 그렇지 못한 투수, OPS(출루율+장타력) 3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타자나 그렇지 않은 타자 모두 스트라이크 존은 거의 똑같았습니다.

○ “스트라이크가 모두 치기 좋은 공은 아니지만, 치기 좋은 공은 모두 스트라이크다”(데이브 윈필드)


예외도 있습니다. 볼카운트 3볼-0스트라이크 때 스트라이크 존은 0볼-2스트라이크 때보다 50% 정도 넓습니다.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 때는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진 겁니다. 이걸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관련기사

스트라이크는 투수에게 유리한 판정이지만 스트라이크 존 자체는 ‘타자가 치기 쉬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타자들도 볼 카운트에 따라 반응이 달라집니다. 올 시즌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공을 지켜본 비율이 3볼-0스트라이크 때는 93.3%나 되지만 0볼-2스트라이크 때는 39.8%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볼 카운트에서는 이 비율이 54.8%이니까 양극으로 갈리는 겁니다. 또 이렇게 극단적으로 투수와 타자 한쪽에 유리한 볼카운트가 아닌 한 스트라이크 존 크기도 극단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소위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 유행하고 있으니 이런 차이까지 모두 프로그래밍하면 기계가 판정해도 별 무리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철학과 야구를 결합해 풀어낸 책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스트라이크 판정에서는 심판들이 룰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략) 존의 크기와 위치가 규정상 아무리 바뀌어도, 또 심판들이 내리는 해석 사이에 갖가지 독창적인 긴장이 발생해도, 심판들이 잡는 스트라이크 존이 메이저리그의 평균 타율을 100년 넘게 0.260으로 유지시키는 결과를 내왔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

심판들이 이미 잘해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역사학자 E H 카는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렇게 말하렵니다. “스트라이크 존은 배터리와 타자, 심판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만약 홈플레이트 뒤에 사람 대신 기계가 서게 되면 야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종목이 될 겁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스트라이크#심판#타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