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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하늘 위의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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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하늘 위의 블루오션

전승민 기자 입력 2015-10-31 03:00수정 2015-10-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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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어디까지 왔나]
위험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미국 허니웰의 군사용 드론 T호크. 사진 출처 허니웰 홈페이지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과 초대형 지진해일(쓰나미)이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일대를 덮친 최악의 자연재해, 바로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시간이다. 4년 반이 지난 현재 사람들은 이날 쓰나미의 여파로 일어난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를 더 깊이 우려한다.

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 1∼3호기가 결국 원자로 자체가 녹아내리는 ‘노심용융’에 이르자 도쿄전력은 4월 10일 방사성물질로 뒤덮인 사고 현장에 원격조종 무인 헬리콥터, 즉 드론을 투입했다.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현장에 드론을 먼저 투입한 것이다.

이 드론은 미국 ‘허니웰’사가 개발한 T호크(T-Hawk). 전쟁 시 분대 지원을 위해 하늘에 띄워 놓는 군사용 드론이다. 미국 국방부 지원으로 개발된 고성능 모델로 무게 7.7kg, 직경 30cm 정도의 소형이지만 가솔린 엔진으로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자율비행도 가능하다. 최대 10km 밖에서도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다. 도쿄전력은 이 드론을 모두 6차례 후쿠시마 상공으로 투입했고 매번 귀중한 사고 현장 영상을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원전 사고 현장 감시에 드론이 투입된 세계 첫 사례였다.

이후 4년 7개월. 세계 곳곳에서 ‘드론’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금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현대인들의 생활 모습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피자 배달서 原電복구 투입까지… 美-中-日 기술 경쟁 ▼

물품 배송은 기본… 3차원 공간 시대 열린다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세이셸의 라디그 섬 선착장을 드론으로 바라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드론사진가 정용권 씨 제공
‘드론(Drone)’이라는 단어는 본래 ‘낮게 윙윙대는 소리’라는 뜻. 여기서 다양한 의미가 파생해 수벌, 악기의 저음 등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누구나 이 단어를 들으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중소형 무인항공기를 떠올린다. 특히 대중적으로는 사람이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한, 헬리콥터 형태의 소형 무인항공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드론이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하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는 사실 한 가지 때문이다. 사람은 두 발로 땅을 딛고 살아간다. 고층건물에 올라서거나 비행기를 타는 등 제한적으로 3차원 공간을 활용하지만 생활방식은 어디까지나 2차원이 기본이다. 하지만 드론이 보편화하면서 누구나 입체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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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르완다에 건설되는 세계 첫 드론 공항의 상상도. 지역 주민들이 드론으로 배송된 생필품을 찾으러 가는 모습을 묘사했다. 포스트앤드파트너스 제공
드론 활용의 가장 단적인 예는 물품 배송이다. 교통체증이 없는 도로를 피해 하늘로 물건을 가져다 나르겠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아마존이나 도미노피자 등 여러 업체가 드론을 이용한 배달을 시도하고 있으며 항공법 등 제도 정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드론 배달 사례는 국내에도 있었다.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4월 교내 봄 축제 때 잔디밭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딸기를 배달하는 드론 ‘옥토USRG’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펠러 8개를 의미하는 ‘옥토’란 단어에 연구팀 영문 이니셜 ‘USRG(Unmaned System Research Group)’를 붙인 것이다.

이 드론은 3차원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게 만들어졌다. 교내에 있던 학생이 스마트폰을 켜고 주문을 하면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도 함께 전송하게 된다. 주문을 받은 컴퓨터 시스템은 배달할 위치가 도로 주변이면 무인자동차에만 딸기를 실어 보내고, 잔디밭처럼 차량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곳은 드론을 무인자동차 지붕에 올려 함께 보낸다. 차를 정차한 다음 다시 드론이 솟아올라 주문한 학생 앞까지 날아가는 것이다. 국내에서 드론 배달이 이뤄진 건 당시가 처음이어서 큰 화제가 됐다.

심현철 교수는 “앞으로 한층 더 본격적으로 학교 내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지금 연구하고 있는 드론을 더 개량해 학내에서 서류나 소규모 물품을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늘에서 영상 찍는다… 레저스포츠, 방송서 각광

심현철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드론 ‘옥토(Octo) USRG’.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에 물건을 배송할 수 있다. KAIST 제공
드론은 의외로 일반 시민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키나 등산, 트레킹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 덕분이다.

최근 미국 벤처기업 ‘릴리 로보틱스’는 신개념 드론 ‘릴리’를 개발해 사전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릴리는 하늘에 떠서 추적 장치를 갖고 있는 사람을 뒤따라 다니며 고화질 영상을 찍는 독특한 기능이 있다. 설정에 따라 영상촬영 방향이나 거리도 설정할 수 있다. 가방에서 드론을 꺼내 하늘로 집어 던지기만 하면 자동으로 비행을 시작해 즉시 주인을 쫓아다니는 것이다. 방수 기능이 있어 수상스포츠를 즐길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비행시간이 20분 정도로 짧은 것이 흠이지만 벌써부터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스키여행 전문가인 김대승 투어앤스키 사장은 “동호인들 사이에서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등 벌써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정식으로 출시되면 개인적으로도 꼭 한 대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드론은 방송 촬영 중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드라마, 영화 촬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 과거에는 헬리콥터나 크레인을 동원해야 겨우 촬영할 수 있는 영상을 손쉽게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높은 시야에서 촬영한 영상은 대부분 드론을 이용한 것이다.

이런 장점은 인터넷 블로거나 자동차 테스트 드라이버 등 개인적으로 고화질 영상을 얻으려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매력적이다. 최근 TV 고화질 영상보다 4배나 더 또렷한 ‘4K’ 영상촬영 장치가 붙어 있는 저가형 드론이 100만∼200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만 신호 지키는 ‘얌체족’ 위협


하늘에서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은 민간뿐만 아니라 관공서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로든 날아가 감시 영상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안 안전감시, 산불감시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다. 최근 중국의 드론 전문기업 ‘DJI’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교통단속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개발하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단속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만 교통신호를 지키는 ‘얌체족’들에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토안보국은 2012년부터 드론 실험을 위해 오클라호마 주에 ‘리버티 시티’란 이름의 가상 도시까지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재난 상황이나 경찰 순찰, 수색과 구조 등 온갖 상황에서 드론과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 시나리오에 따라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시설이다. 록히드마틴이나 에어로바이런먼트, 오로라 등 미국 내 항공전문 기업들이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이 이렇게까지 실험하는 건 언제든 드론이 쓰이는 미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소규모 물품 배송이나 영상 촬영뿐만 아니라 대규모 수송선으로 드론을 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곳도 있다. 영국 건축회사인 ‘포스터앤드파트너스(Foster+Partners)’는 세계 첫 ‘화물 드론 공항’의 건설 계획을 23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아프리카 르완다에 드론이 전용으로 착륙하는 화물공항을 짓고, 현지 주민들에게 의약품이나 의료용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미래에는 르완다에 드론 공항 44곳을 건설할 계획도 내놨다. 드론을 위한 전용 공항 건설계획을 내놓은 건 이 회사가 처음이다. 개발도상국의 새로운 교통 인프라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터앤드파트너스는 버진갤럭틱이 뉴멕시코 민간 우주 공항과 애플 신사옥 설계를 맡았던 유력 건축회사로 알려져 있다.

한국도 연초에 비슷한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국토부는 150kg 이상 규모의 중대형 항공기급 드론 개발에 370억 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도서·산간지역 운송이나 재난감시 등의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대형 드론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형 드론과 차이가 있다. 드론은 모양에 따라 날개가 달린 ‘비행기’(고정익)와 로터가 회전하는 ‘헬리콥터’(회전익) 방식으로 나뉘는데, 화물수송용이나 무인정찰기 같은 대형 드론은 보통 고정익으로 만드는 반면 일반에서 흔히 쓰는 소형 드론은 보통 회전익 형태다. 여러 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드론은 흔히 ‘멀티콥터형’으로 구분한다.

도심형 드론 ‘정밀영상처리’와 운영시간이 관건

전문가들은 드론이 우리 생활모습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정밀 영상처리 기술의 발전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드론의 비행안정성은 기술적으로 해결된 상태로 보고 있다. 고정익 형태의 대형 드론은 도심 진입이 어렵겠지만 소형 멀티콥터형 드론은 충분히 사회 곳곳에서 활약할 여지가 있다.

다만 사람처럼 시시각각 튀어나오는 장애물을 피해가며 골목을 누비기엔 위험요소가 아직 커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드론은 GPS로 자기 위치를 파악해 날아다닌다. 복잡한 전선이나 튀어나온 입간판 등도 큰 위협이다. 이 때문에 현재는 서울시내 대부분 지역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또 드론 자체를 고무 등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 충돌 시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심현철 교수는 “각종 영상처리 기술, 초음파 장애물 인식기술 등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한 도심형 드론의 개발도 10년 이내에는 가능할 것”이라면서 “사고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사람이 내는 교통사고 이하 수준으로 피해를 낮출 수 있다면 도심형 드론의 제도적 도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드론#하늘#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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