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고급화 vs T맵, 지역콜 제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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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콜택시 시장 戰雲

#1. 스마트폰을 켜고 ‘카카오택시 블랙’ 애플리케이션(앱)을 누르면 정장을 입은 기사가 고급 외제차를 몰고 온다. 차 안에는 생수와 휴대전화 충전기도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스마트폰에 이동거리로 계산된 요금이 뜨고 카카오페이로 요금이 자동 결제된다.

#2 택시기사 A 씨는 콜택시 서비스인 ‘나비콜’ 회원이다. 현재 나비콜을 통해서만 손님을 소개받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T맵 택시’ 앱을 통해서도 호출을 받을 수 있다. 호출 건수가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모바일 콜택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카카오가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택시 블랙 서비스를 공개하자 SK플래닛이 기존 콜택시 회사와 호출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 고급화로 승부

이날 처음 공개된 카카오택시 블랙은 기존 카카오택시의 프리미엄 버전이다. 벤츠, 아우디 등 고급 외제 차량과 특별교육을 받은 전문 기사를 앞세운 일종의 리무진 서비스다.

카카오 블랙은 카카오 택시 서비스 출시 이후 처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카카오 블랙 사업으로 발생하는 수입 중 일부를 플랫폼 제공 수수료로 확보하게 된다. 카카오 블랙은 기존 모범택시보다 비싼 8000원가량의 기본요금을 부과한다. 택시미터기 없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이동거리와 속도를 계산해 요금이 올라간다. 카카오의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종각역 부근에서 여의도까지 10km 거리(약 18분 소요)에서 일반 중형 택시는 1만500원, 모범택시는 1만6200원, 카카오 블랙은 2만6200원의 요금이 나왔다.

○ 회원 수 증가가 관건

같은 날 국내 모바일 콜택시 2위 사업자인 SK플래닛은 기사들이 ‘T맵 택시’에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콜택시 회사와 콜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기존 콜택시 사업자인 나비콜, 하나모범 등과 제휴를 맺고 이 회사들의 호출 시스템과 T맵 택시의 콜 서비스를 연동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서울 시내 1만1000여 명의 택시기사들이 자동으로 T맵 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SK플래닛은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경기 부산 대구 대전 제주 등의 지역에서도 연계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역 택시 사업자를 이용하더라도 T맵 택시를 통한 콜 요청은 별도 콜비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 한국형 알리페이 신화 위해 사활

국내 모바일 콜택시 시장은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불법 논란을 낳으며 사실상 철수한 이후 올해 3월에 나온 카카오 택시가 주도해왔다. 4월 출시된 SK플래닛의 ‘T맵 택시’가 자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바탕으로 추격하는 모양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카카오 택시는 지난달 기준 월 186만 명이 이용했다. T맵 택시는 같은 기간 26만5000여 명이 이용했다. 업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타트업 ‘리모택시’는 5만4000여 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와 SK플래닛이 모바일 콜택시 시장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은 ‘페이’ 사업 확대의 가능성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회원 규모 3억 명을 넘어선 중국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는 출시 초기 인터넷 쇼핑몰에서만 주로 사용됐다. 2011년 7월부터 중국 모바일 콜택시인 콰이디다처(快的打車) 결제에 적용되면서 오프라인 결제 시장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알리페이가 택시 결제 시장을 통해 안착할 수 있었던 것처럼 두 회사도 콜택시 서비스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자체 결제 시스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 블랙에 카카오페이 결제 방식을 우선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처음 이용할 때 카카오페이에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면 이후부터는 자동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SK플래닛도 12월 선보이는 ‘T맵 택시 2.0’ 버전에서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인 시럽페이 결제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카카오 블랙 출시 시점에는 비씨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사만 등록할 수 있지만 다음 달 중으로는 전체 카드사의 등록 및 이용이 가능해진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카카오택시#t맵#콜택시#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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