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기약없는 제한급수 ‘헉헉’… 녹조, 한강전역에 번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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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예고된 가뭄, 하늘만 보는 정부
대도시도 예외없는 가뭄 피해

8일 시작된 충남지역의 제한급수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주민들은 묵묵히 제한급수 정책에 협조하며 불편을 견뎌내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걱정은 현 상황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것.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금의 불편이 1, 2년 내 재난을 넘어 재앙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충남지역의 상황 탓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수도권의 가뭄도 심각한 수준이다. 유례없는 가뭄 탓에 ‘녹조’ 떼마저 한강 본류 전역에 걸쳐 창궐하고 있다.

○ 열흘 넘은 제한급수, “근본대책 절실”

충남도와 시군들은 보다 항구적인 수원 확보 대책을 세우는 데 부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동안 환경단체 반대로, 예산이 부족해, 물이 차 있어 시행하지 못했던 갖가지 수원 찾기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충남도의 ‘지천(之川)댐’ 재추진 검토다. 이 댐은 정부가 1990년대 초 장기적으로 보령댐을 보완하기 위해 청양군 장평면 화산리에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의 총저수량은 9400만 m³였으나 그 이후 2100만 m³(칠갑호의 4배 규모)로 규모가 줄었다. 수자원 확보와 홍수 예방 등이 목적이었지만 일부 지역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가뭄 홍수 걱정이 현실적이지 않고 생태계 파괴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에 보령댐이 고갈 위기를 맞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충남의 구조적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천댐 건설을 포함한 대안을 마련해 보라”며 지천댐 건설 문제를 재점화했다.

광역상수도 급수 체계를 조정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서천군은 2일 하루 2만2000t의 용수 가운데 용담댐에서 받던 1만 t 외에 보령댐에서 받던 1만2000t을 용담댐으로 완전 전환시켜 당초의 8개 시군 가운데 제한급수 대상에서 벗어났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올해 봄 가뭄이 심해 여름까지 서천읍 등 일부 지역에 용담댐의 물을 쓸 수 있는 도수로를 건설해 미리 대비했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 지자체들은 과거에 폐쇄했던 지방 상수도를 되살리거나, 지하수 확보를 위한 관정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가을이 찾아왔지만 한강의 녹조는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서울시 관계자가 조류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양화대교 남단에서 물을 뜨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가을이 찾아왔지만 한강의 녹조는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서울시 관계자가 조류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양화대교 남단에서 물을 뜨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달라진 ‘가을 한강’…수도권도 안전지대 아니다

18일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대교 남단은 마치 ‘녹차밭’을 방불케 할 만큼 강 전체에 걸쳐 새파란 녹조가 뒤덮여 있었다. 더 아래쪽인 양화대교 일대 역시 녹조로 가득했다. 평소 근처에서 낚시를 자주 한다는 한 50대 남성은 “기온이 내려간 10월에도 물이 이 정도로 푸른 건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식물성 플랑크톤인 남조류와 녹조류가 과다 증식해 발생하는 녹조는 일반적으로 수온이 25도 이상 유지되고 유량이 크게 줄어든 한여름에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올 8월 서울시가 관할하는 한강 구간(강동대교∼행주대교) 전체에 ‘조류경보’가 발령된 뒤 아직도 ‘주의보’가 유지되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12일 기준) 한강 하류(잠실대교∼행주대교) 물 1mL당 녹조 수준은 △유해 남조류(1334∼3353개) △클로로필-a(15.2∼23.6μg). 줄곧 경보 상태였다가 15일에야 주의보로 격하될 정도로 심각하다.

문제는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가을철 한강 조류량이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4년간(2012∼2015년) 한강 하류의 조류 측정치를 종합하면 1mL당 100개 이하로 유지되던 9월 한강의 유해 남조류 수는 지난해부터 늘어나 올해는 최대 ‘1만3357개(한남대교)’까지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최대 27.4배나 늘어난 것이다. 녹조를 만드는 유해 남조류는 증식 과정에서 유해독소를 배출하고 용존산소량을 떨어뜨려 수중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정미선 서울시 수질생태팀장은 “한강 가을 녹조의 직접적인 원인은 물을 대는 팔당댐 방류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2년 초당 962.3t에 달하던 9월 팔당댐의 방류량은 매년 줄어 올해는 87.0t 수준이었다.

○ 가을 태풍, 한반도엔 영향 없어

당장의 가뭄 해갈을 위해 비를 몰고 올 가을 태풍의 경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현재 북상 중인 제24호 태풍 ‘곳푸’와 제25호 태풍 ‘참피’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형급 태풍 곳푸는 최근 필리핀 북동부를 강타하며 비를 뿌렸지만 19일 이후 대만을 지나 중국 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남부 먼 해상에서 올라오고 있는 태풍 참피는 19일 오전 시간당 최대풍속 169km의 강풍을 동반한 강한 중형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동남동쪽 약 1350km 해상으로 비껴가는 경로가 예상된다.

홍성=지명훈 mhjee@donga.com / 김호경·이철호 기자
#가뭄#충남#제한급수#녹조#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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