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골목길 인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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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이다/현덕 글·한병호 그림/95쪽·7500원·창비

90쪽 책에 이야기 11편이 실렸으니 아주 짧은 단편 모음집입니다. 대여섯 살 아이들이 노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대로 그려 놓았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장소는 골목길에서 전신주 넘어 큰길 어귀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놀기에는 충분한 공간입니다. 그 골목에 네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기동이, 노마, 영이, 똘똘이입니다. 이 네 명이 무슨 놀이를 하고, 어떤 움직임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놀고 있는지에 대한 관찰일기 같은 책입니다.

기동이는 네 명 중 좀 큰 아이인가 봅니다. 행동도 빠르고, 남들 앞에서 잘난 척하기도 좋아합니다. 똘똘이는 조금 어리거나 늦된 아이로 보입니다. 다른 친구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조심조심 따라 합니다. 기동이가 혼자 잘난 척하면 노마와 영이가 똘똘이를 챙깁니다. 노마와 영이가 한편이 되어 기동이를 놀려 먹기도 하고, 똘똘이가 엉뚱한 만용을 부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나름의 질서와 세계를 경험해 갑니다.

읽으면서 낯선 단어들이 몇몇 보이는 것은 이 동화가 1930년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변신 로봇이나 레고 블록이 없을 뿐이지, 아이들 간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 과정을 작가의 설명이 아니라 아이들의 행동과 말들로도 충분히 알아낼 수 있습니다. 80년 전 동화를 왜 지금 다시 읽어야 하나 반문하시는 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현덕만큼 아이들의 심리를 아이들의 언어로 정확히 묘사해내는 작가는 없습니다. 유년동화는 아직도 현덕이 제일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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