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다시 보는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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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엽우피소 고의로 혼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검찰이 손 들어줘

지난해 매출 859억원, 올 들어 8월말까지 약 1050억원의 매출을 올린 내츄럴엔도텍의 그림자가 길다. 편법으로 보건당국으로부터 정식절차를 밟지 않고 백수오를 이엽우피소(가짜 백수오)로 대체해 생산해 국민의 식품안전을 위협하고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한 것도 모자라 여전히 관련 제품은 생산되고 있고, 주식(14일 종가기준, 시가총액 4343억원)도 거래되고 있다.

다량 유통된 이엽우피소 원료의 행방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변명도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다. 과연 몰랐을까? 진정 몰랐다고 하니 국민은 그저 믿어줘야만 하는가. 보건복지부 외청에서 식약처로 승격됐어도 근시안적이고 문제가 나면 허둥지둥 땜질하는 대응자세가 여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의 고의 사용 여부를 가릴 생각은 않고 고작 허위광고 혐의로 내츄럴엔도텍을 기소하는 선에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분위기다. 식약처는 지난달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와 6개 홈쇼핑사 임원 등 7명과 각각의 법인 7곳에 ‘허위광고’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제조에 허용 불가 성분 불법 행위에 제조사 및 식약처 짬짜미했는지 전면 재수사해야

하기야 지난 6월 26일 수원지검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관련 제품의 제조과정에서 이엽우피소를 혼입시킨 데 대해 ‘고의성 없음’이란 면죄부를 주고 말았으니 식약처는 검찰의 결정에 가슴을 쓸어내렸을지 모른다. 심층수사가 아닌 졸속수사로 내츄럴엔도텍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도 이상하다. 국민은 검찰만은 대쪽 같은 자존심으로 정의를 수호해줄 것이라 믿었으나 허사였다.
내츄럴엔도텍 가짜 백수오 사건과 관련한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리뷰해본다.

◆진짜 하수오(적하수오, 야교등)와 가짜 하수오(백하수오),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

요약하면 전통 하수오는 적하수오(적수오)이고, 대량재배가 어려워 구하기 힘들자 대체생약으로 관행적으로 쓰여온 게 백하수오(백수오)다. 여러 한의서에서 적수오와 백수오의 효능을 거의 같은 것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이는 당시의 지식수준이 얕아서 그렇지 식물분류 상 적수오와 백수오는 아주 먼 친척이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백수오보다 생육기간이 짧아 수확량이 높은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가 대량 재배되자 백수오 원료 수급에 애를 먹던 제조업체는 이엽우피소가 백수오로 둔갑하는 것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촌수가 그리 벌어지지 않지만 이엽우피소는 식품원료로 사용이 공식 허가되지 않았으므로 가공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이를 첨가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적수오는 중국 원산의 마디풀과(여뀌과, Polygonaceae) 식물로 학명이 Polygonum multiflorum Thunberg이다. 백수오는 국내 자생식물로 간주되는데 박주가리과(Asclepiadaceae) 식물로 학명이 Cynanchum wilfordii이다. 강원도에서는 백수오를 은조롱, 황해도에서는 새박뿌리라 불렀다. 큰조롱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1610) 등 전통 의서에 등장하는 하수오는 적수오를 지칭한다. 전통의서에서 (적)하수오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쓰면서 떫다고 씌어 있다. 정력을 증강시키고, 머리카락을 검게 하며, 눈빛과 안색을 밝게 한다고 적혀 있다. 산후질환과 뼈와 근육이 약할 때에도 쓰였다.

하수오는 ‘어찌(何) 머리(首)가 까마귀(烏)처럼 검은가?’라는 의미다. 아주 먼 옛날 몸이 약해서 장가도 못한 총각이 어느날 술에 취해서 밭에 누워 있었는데 하나의 덩굴에 줄기가 2개인 풀이 저절로 서로 감았다 풀었다 하는 것을 보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뿌리를 캐서 술에 타서 먹었더니 7일이 지나자 여자 생각이 났고, 100일이 지나자 오랜 병이 다 낫게 되었으며, 10년 후에는 여러 명의 아들을 낳았고, 130살까지 살았다고 한다. 야교등(夜交藤)이란 별명은 밤에 갖는 성관계가 왕성한 게 등나무 엉킨 것과 같다는 비유로 붙여졌다.

적수오가 오래 전 중국에서 들어와 귀화한 탓에 토종으로 여기지만 실제는 중국이 원산이다. 적수오를 구하기 어려운 탓에 백수오로 대체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科)가 완전히 다른 백수오가 적수오의 대체품으로 쓰인 것은 당시의 지적 수준에 따른 것이다. 생물학적 분류 상 백수오가 적수오와 크게 다른 이상 적하수오의 자양강장, 정력증강, 모발흑변, 폐경기개선 등의 효과를 그대로 닮았다고 간주하긴 어렵다.

이제마는 동의수세보원(1894)에서 하수오란 생약이 혼재돼 사용되는 것을 정리하기 위해 먼저 귀화한 하수오를 ‘적하수오’, 나중에 유입된 백수오를 ‘백하수오’라 불렀다.

다만 내츄럴엔도텍이 임상시험, 비생체실험, 동물실험 등 과학적인 틀을 이용해 폐경기개선 효과를 입증했으니 믿어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대상 백수오 관련 임상시험 논문은 2편 정도에 불구하다. 하나는 월경전증후군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한편은 연구대상자 수 역시 적고 이해관계가 있는 건강기능식품 제조회사 관계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것으로 평가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대한가정의학회 검증단의 분석이다. 따라서 체계적으로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서만 백수오복합물의 사람에서의 갱년기증산 개선 효과를 확증할 수 있을 것이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속명이 같은 만큼 식물분류상 연원이 가까울 것이다. 똑같이 백미꽃속(Cynanchum)에 속하지만 은조롱은 학명이 Cynanchum wilfordii인 반면 이엽우피소는 Cynanchum auriculantum으로 다르다.

이엽우피소는 미국의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사천성, 운남성, 신장 등과 부탄, 파키스탄, 네팔, 인도 등 중국 서북쪽 산악지역이 원산지로 생명력이 강인하다. 생존력이 강하면 그만큼 식용으로 독성을 띤다는 개연성을 가지는데 이엽우피소는 간독성, 신경쇠약, 체중감소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보고가 나와 있다. Cynanchum은 개(cyno)의 숨통을 끊어놓다(anchein)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니 생식하면 독성이 만만찮음을 시사해준다.

은조롱은 2년 이상 재배해야 약용으로 쓸 정도의 뿌리를 수확할 수 있는 반면 외래식물인 이엽우피소는 1년만 재배하면 충분하다. 1990년대에 어느 농민이 중국에서 들여와 경부 영주 지방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농민의 약 90%가 백수오 대신 경제성이 높은 이엽우피소를 재배하는 상황에 이르자 산림청은 이엽우피소에게 ‘넓은잎큰조롱’이란 우리말 이름까지 붙여줬다.

중국의 약전에서는 이엽우피소(Cynanchum auriculantum) 외에 격산우피소(Cynanchum wilfordii(은조롱)와 유사하다 주장하는 이가 많으나 실제로 차이가 난다고 함), 대근우피소(Cynanchum bungei) 등에서 기원한 약재를 묶어 ‘백수오’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한국의 은조롱은 백수오 생약재의 기원식물로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 백수오가 한국 백수오와 이름이 같다고 약효도 같을 것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판별 검사법

수원지검은 지난 6월 무혐의 처리 보도자료에서 내츄럴엔도텍이 2013년 10월경부터 TLC분석법, 2014년 10월부터 PCR분석법을 통해 이엽우피소의 혼입 여부에 대한 검증장치를 마련하였으므로 혼입과 관련, 고의성이 없다고 인정해줘버렸다. 이에 대해 기자는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자체 분석시험 결과를 요구했으나 검찰이 이미 무혐의한 사항이라며 거절했다. 요컨대 자체적으로 검증시험을 했으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가짜를 걸러냈어야 했는데 과연 그런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수원지검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 의뢰한 과학수사부의 첨단 분석기법을 활용해 혼입비율을 산출한 결과 평균 3%가량이고 샘플의 절반 이상은 1%를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만약 제대로 생산됐다면 백수오 혼입비율이 25~33% 범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그보다는 이엽우피소가 3% 이내에 불과하니 안심해도 된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결과를 내놓았다.

대검 과학수사부에 문의한 결과 이번에 쓰인 분석기법은 NGS(차세대 DNA분석 시스템)으로 특정 유전자정보를 선별적으로 대량 증폭한 뒤 각각의 DNA 정보를 조합해 암호를 해독하듯 특정 단백질 또는 유전자를 가려내는 기법이다. 유전자전체(게놈)를 분석할 때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 유전자분석 전문가에 따르면 식물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은 동물유전자와 달리 유전자수가 10~100배 이상 많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식품 생산과정에서 가열 또는 분쇄하면 유전자를 규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 전문가는 일반적인 분석기법으로는 백수오 또는 이엽우피소 성분이 10%는 돼야 검출 여부를 정성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지만 NGS는 정량적인 판단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검찰이 모든 백수오제품 샘플에서 전부 이엽우피소가 함유됐음을 인정하면서도 3%밖에 안 들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함의적 논리를 펴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보도자료는 중국과 대만에서 이엽우피소를 식품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독성시험을 거쳐 과학적 근거를 보완해 유해성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해주고 있다.

대국민적 사건인 세월호사건을 광주지검에 할당한 것처럼 이번 사건이 수원지검에 배정된 것과 관련, 비록 이엽우피소가 중금속이나 유해화학물질처럼 강력한 위험성을 띤 물질은 아니지만 대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안을 검찰이 너무 쉽게 다루지 않느냐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또 NGS가 첨단분석기법이라고는 하지만 법의학적 측면에서 증거 능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는 데도 3%라고 선을 그은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한 유전체분석 전문기업 연구원은 “올해 초 창업동아리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엽우피소와 백수오를 분별하는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인턴사원 교육훈련을 시켰다”며 “시중에서 진짜 백수오라는 것을 구해다가 시험해본 결과 전부 원하는 유전자서열이 검출되지 않았을 만큼 가짜 투성이였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규명했다는 백수오 염기서열조차 진짜인지 의심스러워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판별하는 데 굳이 비싸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유전자분석을 통해야만 하는가도 의문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연구와 검증 노력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말해준다. 예컨대 특정 지표성분에 대한 정성 또는 정량실험만으로 진위를 구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식약처가 가짜 백수오사건(올 4월 21일)이 터지기 나흘 전인 4월 17일에 백수오 진위 여부를 가리는 PCR 유전자분석법을 도입한다고 서둘러 고시한 것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내츄럴엔도텍의 허위광고 여부

2011년 가을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 속단, 당귀에서 뽑은 복합추출물(미국명 EstroG-100, 한국명 FGF271)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건강기능신소재(NDI)로 승인받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NDI는 New Dietary Ingredient의 약어로서 국내에서 ‘건강기능신소재’로 번역돼 마치 건강기능식품처럼 기능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포장되기 쉽지만 그냥 직역하면 ‘새로운 섭취가능한 성분’이다. 즉 먹어도 안전하다는 것을 FDA가 문헌자료를 통해 인정해준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FDA는 백수오가 식용가능한 성분임을 인정한 것이지, 백수오의 갱년기증상 개선효과를 인정한 게 아니다. 이엽우피소가 안전하다고 승인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1994년 미국은 같은 해 10월 15일 이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은 식이성분에 대해 일정 심사를 거쳐 NDI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외국 천연 식이재료에 문호를 개방하기 위한 것으로 먹어도 괜찮다는 것이지 특정성분의 기능성(효과)을 인정해준 게 아니다.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은 국내서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2등급으로서 표현 그대로 해석하자면 ‘갱년기 여성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1등급은 ‘○○에 도움을 줌’, 3등급은 ‘○○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관련 인체적용시험이 미흡함’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니까 내츄럴엔도텍은 사업 초기부터 미국 NDI 승인을 내세워 미국에서도 갱년기증상 개선에 효과적임을 인정받았다고 홍보했으니 시작부터 허구다. 당시 관동대 제일병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모 병원에서 실시한 임상시험, 2008년 충북대 수의대에서 이뤄진 비생체실험 및 동물실험 등을 토대로 폐경기여성에 좋다는 점을 NDI 승인에 접목시켜 우회적, 미필적 고의식으로 과대포장한 셈이다.

식약처가 뒤늦게 내츄럴엔도텍을 허위광고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 이미 인터넷에 면역력강화, 항산화효과 등을 내세운 마케팅 선전문이 도배질했는 데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내츄럴엔도텍보다 훨씬 작은 업체도 정기 단속을 통해 허위광고로 적발해내는 데도 말이다.

또 많은 한의사는 백수오 복합물의 갱년기 여성 증상 개선효과는 백수오보다는 같이 복합된 당귀, 속단에 의한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백수오가 얼굴마담을 하고 실제 효과는 전통적인 온열 보약인 당귀와 속단에서 비롯됐다는 논리를 펴는 한의사가 상당수다.

결론적으로 가짜 백수오 파동은 내츄럴엔도텍이 고의적으로 이엽우피소의 혼입을 방치했는지, 관련 공무원이 사전에 몰랐는지 아니면 짬짜미를 통해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묵인했는지, 검찰은 적극적인 수사의지 없이 내츄럴엔도텍에 쉽게 면죄부를 쥐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국회의 서릿발 같은 지적과 감사원의 특별감사, 검찰의 전면 재수사가 요구된다.

취재 = 정종호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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