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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SDGs 체제 출범…한국이 맡을 역할과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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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SDGs 체제 출범…한국이 맡을 역할과 과제는?

조숭호기자 입력 2015-10-12 21:09수정 2015-10-1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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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은 유엔의 날이다.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은 유엔은 한국에는 은인과도 같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없었다면 남침을 저지할 수 없었다. 유엔 한국재건단의 원조 없이는 한국이 전쟁 폐허에서 일어나기도 어려웠다. 그랬던 한국이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명실상부하게 위상이 변했다.

9월말 유엔 총회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채택함에 따라 한국도 이를 이행해야할 의무가 생겼다. 한국이 SDGs에서 주도할 수 있는 분야로 거버넌스(선정·善政), 교육, 과학·기술, 성 평등, 새마을 운동 등이 꼽힌다. 6·25전쟁 직후 극빈국이었다가 반세기만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모두 이뤄낸 한국만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KOICA와 공동으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발협력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SDGs 체제에서 한국이 맡을 역할과 과제를 점검했다. 참석자는 김성택 한국수출입은행 선임부행장, 김인 코이카 전략기획 이사, 김학수 국제지도자연합 세계총재, 박장호 국무총리실 개발협력정책관, 손혁상 국제개발협력학회 회장(경희대 교수), 이용수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전진철 (주)CJ 상무다(가나다 순).

―그 동안 유엔이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에서 어떤 기여를 했나.

▽김학수 총재=1948년 3차 유엔총회에서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 정부로 승인했고 이는 6·25전쟁 때 유엔군 파병의 근거가 됐다. 1950년 12월 유엔한국재건단이 설립돼 소련의 거부권으로 유엔 회원이 되지도 못했던 한국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유엔은 유니세프와 유네스코를 통해 전후 복구와 경제재건을 주도했으며 유엔개발계획(UNDP)이 2009년까지 전문가 파견, 기자재 지원 기술원조 등을 담당했다. 1945년부터 1960년까지 총 해외원조는 29억 달러. 이 가운데 유엔이 5억7900만 달러로 약 20%를 차지했다. 유엔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도록 도왔고 경제·교육 지원으로 지금의 한국이 있게 해줬다.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모했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현황은 어떤가.

▽이용수 국장=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1991년 KOICA를 설립하면서 한국의 공여국 활동은 본격화됐다. 2009년 DAC에 가입했고 최빈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한국은 원조(127억 달러)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대표 사례다. 지금까지 한국이 제공한 유·무상 원조는 약 143억 달러 규모다. 2014년 기준 ODA는 18억 5000만 달러로 국민총소득(GNI) 대비 0.14%다. 유엔이 정한 0.7%, DAC의 0.3% 기준에 많이 못 미치지만 최근 5년간 DAC 회원국 중 ODA 증가율은 가장 높다. 앞으로도 증액 기조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한국의 개발경험은 돋보이는 자산이다. 이런 점을 국제사회가 공유해 달라고 하고 있다. 질적 증가도 중요하기 때문에 비구속성 원조를 늘리고 원조 투명성도 높이겠다. 박 대통령도 이미 유엔에서 2016년 원조 투명성기구(IATI) 가입을 천명했다.

―우리나라 ODA가 갖고 있는 정책적 과제는 무엇인가


▽박장호 정책관=올해 기준으로 한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31개국에 원조를 주고 있다. ODA 규모도 세계 16위다. ODA 규모를 더 늘리면 좋지만 이게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인도적으로 도움이 되고 국격도 제고하면서 원조의 효과도 있어야 한다. 현재 ODA가 유·무상으로 나눠져 있고 무상 가운데 분절화가 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병원을 지을 때 외교부가 지을까, 복지부가 지을까 하는 식이다.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국가에 원조를 줘서 그런 체제를 지원하는 원조가 돼서도 곤란하다. 세계시민이라는 인식을 갖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국격에 도움이 되는 원조가 돼야 한다.

―코이카가 맡고 있는 무상원조는 어떤 방향이 가장 효과적인가.

▽김인 이사=1990년 4개국에 44명의 봉사단원을 보내면서 시작된 KOICA 활동은 현재 4500명에 달하는 봉사대원이 ‘월드프렌드코리아(WFK)’ 이름으로 전 세계로 확대됐다. 연간 1000회의 사업기회와 500회의 입찰 등 기업의 해외진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현지 네트워크가 약한 개도국에서 대사관과 협조해 사업기회를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 한국이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면서 민주화와 제도, 법규를 갖춘 점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베트남, 캄보디아, CIS 등 체제전환국들은 한국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압축적으로 제도화한 것에 관심이 많다.

―유상원조(EDCF)에 대해서는 수출입은행에서 설명해 달라.

▽김성택 선임부행장=현장에서 느끼기에 원조도 경쟁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국가인 미얀마에는 서로 원조를 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경제장관을 만나려면 줄을 서야 한다. 한국은 ODA 규모 16위지만 우리보다 덩치 큰 나라가 15개국이나 더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통계에도 안 잡히는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의 원조 규모가 커졌다 해도 EDCF 1건당 5000만 달러 규모다. 5000만 달러로 고속도로를 닦을 수는 없다. 개도국 인프라 수요를 ODA만으로 해결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한국의 원조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떤가.

▽손혁상 회장=국제 사회에서 한국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짧은 기간에 개발원조로 성공적인 수원국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이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지도 주목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독특한 한국의 여건이 개발원조에 기여할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식민 지배를 한번도 하지 않았고 독재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개도국과 정서적 공감대가 크다. 자본주의 초기부터 성장을 이뤄온 서구국가들과 성장 방식도 다르다. 개도국이 전수해주기를 바라는 부분이 이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원조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한 성실한 해명과 설득이 있어야 했다. 원조의 질도 문제다. 최빈국에 대해 구속성 지원의 비율이 너무 높고 무엇보다 한국은 원조를 담당하는 기관의 인력이나 조직에 비해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너무 많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국이 지향하는 개발·대외협력의 방향이 자주 바뀐다는 점도 문제다. 개발원조가 정치화되기 때문이다.

―개발원조와 기업의 활동은 어떻게 연계되나.

▽전진철 상무=기업이 그 동안 재화·용역을 수출입에 활용하는 수동적 입장에서 ODA에 참여했다면 앞으로는 기업의 핵심 역량을 ODA와 접목해 글로벌 성장도 이루고 수혜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CJ는 2013년부터 KOICA와 공동으로 베트남 농업부, 지방 정부와 함께 식품사업과 한류 세계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KOICA의 ODA를 지원받으면서 기업의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경우 ODA 예산은 줄어들고 기업이 ODA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기업이 ODA 수혜국과 연계해 국격도 올리고 수혜국의 사회·경제 발전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유가치창출(CSV) 사업을 추구할 수 있다.

―유엔 총회에서 포스트-2015 개발아젠더인 SDGs가 공식 출범했는데….

▽이 국장=SDGs는 2030년을 목표로 지속가능개발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17개 목표,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돼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할 일 목록”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이 교육, 보건, 농촌개발, 여성권익신장, 거버넌스에서 구체적으로 기여하겠다며 특히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구상을 밝혀서 큰 호응을 받았다. 한국은 양성평등지수가 낮은 15개국을 골라 내년부터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또 새마을운동이 유엔에 처음 소개됐다. 한국의 새마을이 왜 성공했는지 평가하고 이를 21세기 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확산하기 위해 OECD와 UNDP가 함께 하기로 했다. 극빈층의 3분의 2가 개발도상국 농촌에 있기 때문에 농촌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빈곤퇴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새마을운동의 잠재력이 크다. MDGs를 통해 절대 빈곤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지역별, 국가별, 계층별 성과가 공평하지 않았다. 빈곤퇴치 대부분이 중국에서 이뤄졌고 아프리카 등에는 여전히 빈곤이 남아 있다. MDGs는 개도국이 대상이었으나 SDGs는 불평등 해소 등 선진국에도 적용된다. SDGs는 매우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MDGs와 달리 모든 형태의 기아를 종식시킨다는 ‘제로 타겟’을 목표로 삼았다.

▽김 총재=유엔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설립 당시 유엔의 초점은 국가 간 무역과 전쟁이었지만 지금은 국가 간 전쟁보다 경제사회적 위협이 더 큰 문제가 됐다. 빈곤, 질병, 환경악화 등 모든 국가가 공통으로 처한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유엔의 중심축도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경제사회이사회로 옮겨가고 있다.

▽박장호 정책관=전세계적으로 ODA를 가장 많이 하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은 모두 제국주의를 했던 나라들이다.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은 이 점에 대한 반감과 의심이 있다. 반면 한국은 제국주의 경험이 없이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식민 지배를 당했던 나라다. 그런 한국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이나 농촌개발도 괜찮은 모델로 정립돼 가고 있다.

―정부 정책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법이 달라져야 하나.

▽이 국장=국내적으로 SDGs 이행 시스템을 잘 만들고 개도국들이 잘 이행하는 걸 도와주는 2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SDGs는 밀레니엄개발목표(MDGs)와 달리 강력한 이행점검 매커니즘을 도입했고 올해 한국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된 만큼 리더십을 발휘해나갈 계획이다.

▽김 이사=바뀐 원조 패러다임에서는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간의 전문성뿐 아니라 다양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데 과학기술과 시민사회와의 역량 공조 등 혁신적 매커니즘이 이뤄져야 한다.

―SDGs 채택 이후 ODA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전 상무=MDGs에서 SDGs로의 변화는 기업에 기업사회책임(CSR)에서 CSV로 변하라는 숙제를 줬다. 공공기관 주도의 MDGs와 달리 정책 전략 수립 때부터 기업이 함께 역량을 논의하고 협의하는 것이 SDGs의 취지에도 맞다. 핵심적인 민관협력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필요하다. SDGs 기간에 CJ뿐 아니라 한국 기업이 ODA 변화와 함께 뛰어야 한다.

▽손 회장=SDGs는 매우 야심차고 포괄적인 계획이다. 169개 세부목표를 특정 부서나 기관이 전담하기는 어렵다. 전 국가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개발협력 담당자만으로 개발협력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낄 것이다. 외교부나 총리실만 담당하기에는 이슈가 너무 많다. 청와대가 전담한다고 해도 가능할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재원문제도 심각하다. 민간 재원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중요한 점은 파이낸싱에 참여할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한국이 지향할 원조의 가치와 방향이 무엇이냐도 제시해야 한다.

▽김 부행장=MDGs와 SDGs의 가장 큰 차이는 달성을 위한 돈이 엄청 늘어난다는 점이다. 민간 자금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핵심이다.

▽이 국장=국내 재원이 중요하지만 민간 재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ODA를 줄이는 방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민간 재원 없이 SDGs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ODA 약속이 희석돼서는 곤란하다. 한국이 그 동안 원조를 받아 이룬 것을 돌려주는 나라로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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