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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시간 택해 일하니 업무에 더 집중… 생산성도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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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시간 택해 일하니 업무에 더 집중… 생산성도 쑥쑥”

김범석 기자 , 김선미 기자 , 박민우 기자 , 이지은 기자 입력 2015-10-12 03:00수정 2015-10-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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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리스타트 다시 일하는 기쁨]<1>시간선택제가 가져온 기업의 윈-윈 변화
보우테크 “남자 직원도 시간선택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보우테크의 이창학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시간선택제 근로자들. ‘나의 근무시간은 내가 택한다’는 의미로 각자 아끼는 시계를 들어보였다. 이들은 “시간선택제로 업무 효율과 직원 사기 모두 향상됐다”고 말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해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보우테크는 올해 4월 직원 11명을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전환시켰다. 지난해 10월 시간선택제로 신규 채용한 2명까지, 이 회사에서는 전체 직원 35명 중 3분의 1이 넘는 13명이 시간선택제로 일한다. 이 중 11명이 남자다.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이유가 단지 여성의 육아에 국한된 건 아니라는 뜻이다. 거북목 증상이나 허리디스크 등 질병 치료를 위해 혹은 가족 간병을 위해 시간선택제를 택한 사람도 있다.

이 회사를 보면 시간선택제는 직원의 만족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이득이다. 이창학 보우테크 대표는 “사실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면 매 시간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시간선택제는 본인이 시간을 정해놓고 일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효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1년의 기간이 끝나도 제도를 계속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보우테크처럼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기존 근로자를 전환시킨 기업 20곳을 대상으로 시간선택제가 가져온 변화에 대한 심층 연구를 했다. 대상 기업은 제조업종 6곳, 서비스업종 6곳, 금융회사 4곳, 병원 4곳이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 기업 대표와 인사 담당자를 각각 인터뷰했다.

최재활의학과 “출산뒤 실직 걱정 안해요” 최재활의학과의 최재익 원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과 직원들. 직원 중 상당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이다. 시간선택제가 아닌 전일제 직원들은 “시간선택제 직원들을 보며 나도 육아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없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산=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불량률 퇴사율 줄고 회사 충성도는 상승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회사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용품을 생산하는 업체인 다솔(전체 직원 49명)은 지난해 4월 도입한 시간선택제로 13명이 일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실시 후 1주일에 100건 정도이던 고객 불만 건수가 40∼50건으로 줄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평화오일씰공업은 2013년 7월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뽑기 시작했다. 제도 도입 이전인 2013년 2분기(4∼6월) 불량품 비율을 100으로 봤을 때 2014년 3분기(7∼9월)는 82.4로 줄었다. 이 회사에서는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목표량 대비 달성률이 93%로 전일제 근로자(89%)보다 높다.

기업들은 단순히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간선택제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시간선택제 도입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4.3%가 ‘피크타임 때의 업무를 분산하기 위해’, 그리고 역시 34.3%가 ‘인력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시간선택제를 도입했다고 답했다. 정부의 인건비 지원 때문이라는 응답은 0.7%뿐이었다.

시간선택제로 기업의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근로자들이 대부분 업무 노하우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또 이 제도는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에도 큰 기여를 한다. 경기 안산시에 있는 최재활의학과는 시간선택제 근로자 13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중 3명이 육아를 위해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경우다. 안민선 씨(26·여)는 “시간선택제로 입사하거나 전일제에서 전환한 선배들을 보면, 나도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더라도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된다”고 말했다. 이런 안정감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요소다. 스타벅스코리아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간선택제 도입 기업에서 퇴사율과 이직률은 도입 이전에 비해 절반 미만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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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절벽 시대,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로 돌파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국가적으로 핵심생산인구(생산가능 연령 인구 중 국가 경제의 핵심이 되는 25∼49세의 경제활동인구)의 확대를 가져온다. 그동안 우리 사회 일자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일제와 아르바이트 등 대립되는 형태로 양분돼 왔다. 기업이나 근로자나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던 것.

이도영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은 “시간선택제 확산은 기존 ‘소수가 장시간 일하는 노동문화’에서 ‘다수가 효율적으로 일하는 노동문화’로 전환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다수가 시간선택제를 통해 유연하게 일하는 문화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토대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 내부 갈등 줄여야 시간선택제 확산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간선택제 도입을 꺼리는 기업들도 있다. 기업이 우려하는 것은 시간선택제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다. 시간선택제를 실시하는 대부분 기업에서 시간선택제의 시간당 임금은 전일제보다 높다. 일부 기업은 둘의 전체 임금이 아예 같아 전일제 근로자들이 불만을 갖는다. 전일제 근로자들이 일하는 도중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이 퇴근하는 상황도 조직원 간 갈등을 부를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시간선택제를 택한 기업들은 내부 갈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들이 함께하는 사내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서로 팀을 이뤄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한 후 성과가 좋으면 보상을 해주기도 한다. 떡 프랜차이즈 회사인 ‘떡파는사람들’은 시간선택제 시행 이후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1년에 두 차례 외부 강사를 초청해 인성 교육을 한다. 콜센터 대행업체인 한국고용정보는 아예 시간선택제와 전일제를 분리한 팀제를 운영하면서 갈등의 소지를 없앴다.

<특별취재팀>

▽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팀장)

▽김범석 박선희 한우신 최고야 김성모(소비자경제부) 이지은 유성열(정책사회부) 박민우(경제부) 김창덕 이샘물 기자(산업부) 장원재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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