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눈치보다 날샌 선거구 획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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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앞 법정시한내 제출 물건너가… 영호남 의석 지키기 대리전 양상
획정위 첫 독립기구화 취지 무색

“학자로 가장한 정치인들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8일 오후 2시부터 9일 새벽까지 11시간 넘도록 이어진 내년 4월 총선 선거구획정위원회 전체회의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나자 한 획정위원이 자조적으로 던진 말이다.

또다시 결론에 이르지 못하자 국회 제출 법정시한(13일) 준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많다. 획정위는 10, 11일 전체회의를 열지만 의견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획정위원 A 씨는 “상대편에서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접점 찾기는) 안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로 출범한 획정위는 ‘독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야의 눈치만 살피는 ‘정치권 아바타(분신)’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9명의 획정위원 중 위원장인 중앙선관위 김대년 사무차장을 제외한 8명이 여야 성향으로 4명씩 갈리면서 사실상 정치 대리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의결정족수도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이어서 합의에 이르기 힘든 구조다.

획정위는 지역구 의석수를 포함해 농어촌지역 대표성 확보 방안 중 하나인 자치구시군 분할 금지 원칙의 예외 지역 확대 등과 관련해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의석수는 현행 246석 유지로 가닥은 잡았지만 영·호남 및 강원 지역 의석 배분을 놓고도 공방이 치열하다.

획정위원들은 농어촌지역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장고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여야가 텃밭으로 삼고 있는 영남과 호남 의석을 단 1석이라도 지켜내기 위한 사투라는 평가가 많다.

일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개별적으로 획정위원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획정위의 독립성이 이미 무너진 셈이다. 획정위원 B 씨는 “저쪽(야당 추천 획정위원)이 말을 안 들으니 호남 의원들이 우리에게 (압박) 전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8일 획정위원들의 휴대전화가 수거된 것도 정치권과 ‘내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년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정 시한인 13일까지 국회에 획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
#눈치#선거구#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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