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형전투기 국내 개발”로 국민 또 속이는 일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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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어제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과 관련해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핵심 기술의 국내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거부한 기술 네 가지 중 세 가지는 자력 개발이 가능하고,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개발해 통합하는 것도 국내 기술로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제3국의 기술 지원을 받겠다는 것이다. 우리 힘으로 주력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으면 애당초 미국이 거부할 것을 알면서도 왜 첨단기술 이전을 요구했는지 의문이다.

공군전투기는 북한의 핵·미사일 및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고성능의 하이급과 이와 협동 작전이 가능한 주력 전투기인 미디엄급, 근접항공지원이 가능한 로급으로 나뉜다. 방사청은 이 중 하이급인 F-15K를 대체하기 위해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핵심 기술을 활용해 미디엄급인 F-4를 대체하는 KF-X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거부로 노후 전투기의 사용 수명이 경과된 뒤 후속 한국형전투기를 확보하지 못하는 전력 공백이 우려되는 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우리 기술로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군이 여론의 비판을 피하려고 또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독자개발이 가능한 것처럼 큰소리만 치니 의구심만 커진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국방부 장관 재직 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록히드마틴의 F-35를 스텔스 기능을 중시해 차기 전투기로 선정했다. 하지만 선정 당시부터 핵심 기술을 이전받지 못할 우려가 적지 않았다. 반면 보잉의 F-15SE와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기술 이전을 약속했지만 탈락했다. 올해 3월 KF-X 사업의 우선협력대상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선정한 것은 한민구 국방장관이다. 대한항공은 유로파이터 제작사인 에어버스D&S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핵심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탈락했다.

KF-X 사업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KF-X 사업을 군에만 맡겨 놓다간 사업 표류로 미래 전력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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