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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에만 유별난 잣대 부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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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에만 유별난 잣대 부당해요”

임희윤기자 입력 2015-10-05 03:00수정 2015-1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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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한국 아이돌 전문 웹진 운영하는 ‘미묘’ 문용민 씨
파리8대학서 음악학 박사과정… 그동안 공개안된 얼굴-본명 드러내
“습관적 비판아닌 음악적 비평 시도”
프랑스 파리 11구의 카페에서 만난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 그는 “‘대상을 칭찬하자는 건지 비난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글 한 번 미묘하다’는 독자들의 비아냥거림이 맘에 든다. 의도했던 대로 되고 있다”면서 웃었다. 파리=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최근 젊은 평단과 아이돌 팬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는 국내 유일의 아이돌 전문 비평 웹진이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아이돌로지’(idology.kr)다. ‘아이돌학(學)’이란 거창한 이름에 걸맞게 다른 데선 보기 힘든 콘텐츠가 많다. 이를테면 걸그룹 원더걸스 노래의 화성과 선율을 분석하거나 레드벨벳의 신곡에 담긴 자아 관념을 M.C.에셔의 ‘그리는 손’, 영화 ‘A.I.’를 언급하며 해석한다.

10여 명의 필진을 이끄는 아이돌로지 편집장은 ‘미묘’. 필명 외에는 얼굴은 물론 본명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그를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다. 여성스러운 예명과 달리 그는 1978년생 37세의 남성이었다. 파리8대학에서 음악학 박사과정을 밟는. 본명은 문용민. 그는 한국의 젊은 평론가들이 e메일로 보내는 원고를 파리에서 수집해 발행한다. 미묘는 “메일과 모바일 메신저로만 소통해서 대부분의 필자는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사이”라며 웃었다.

미묘는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를 졸업한 뒤 2000년대 중반 잠깐 한국에서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처음부터 아이돌에 몰두한 건 아니다. 이디오테잎, 트램폴린, 회기동 단편선을 평하기도 했다. 왜 ‘아이돌로지’를 만들었을까. “종전에 아이돌 음악을 진지하게 다루는 곳이 없었어요. 공장식 생산 시스템, 성(性) 상품화에 대해 관습적으로 공격하는 평론은 뻔했죠. 평론가라면 음악적 비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08년 유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머나먼 타국에 있어 느끼는 비평의 한계는 딱히 없다고 말했다. “아이돌 음반은 한국 사이트에서 유료 다운로드해서 듣습니다. 프랑스는 유럽 최대의 한류 팬을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죠. 인피니트가 7일(현지 유명 공연장) ‘카지노 드 파리’에서 여는 콘서트는 좋은 자리가 일찌감치 매진돼 180유로(23만 원)짜리 티켓이 1000유로(132만 원)짜리 암표로도 나왔어요.” 미묘는 최근 파리 차이나타운의 케이팝 상점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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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아이돌로지’ 메인 화면. 아이돌 음악에 특화된 기발한 기사들이 돋보인다. 화면 캡처
‘아이돌로지’에서 미묘가 직접 진행하는 ‘음원분석 노동’은 돋보이는 코너다. 자신 역시 컴퓨터 음악가이기에 가능한 꼭지. 악보와 함께 ‘…각 마디의 두 번째 코드인 BbM7과 Am7이 정박에 위치하며…곧이어 화성을 뒤집어버리면서 (EbM7-Dm11) 랩으로 돌입…’ 같은 해설을 붙인다. 그는 “채보해 악보로 마주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곡은 f(x)의 ‘첫 사랑니’(2013년)였다. 스케일(음계)이 계속해서 바뀌는 흐름, 서로 겹치는 구조가 굉장히 재밌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이기, 용배’(애프터스쿨, 여자친구), ‘지그재그 노트’(레인보우), 남기상(걸스데이), ‘스윗튠’(카라, 인피니트) 같은 작곡가를 주목하고 있다.

아이돌 팬들마저 ‘내 오빤 좋지만 아이돌은 대체로 유치한 상품’이라 인식하는 데 대해 그는 아쉬워한다. “뷔욕이나 시규어 로스가 의상과 비주얼을 중시하는 건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면서 아이돌에 대해서만 유별난 잣대를 들이미는 건 부당해요. 다른 것을 곁들여 음악의 텍스트를 풍성하게 하는 건 대중음악의 생리죠.”

미묘에 따르면 아이돌로지의 하루 방문자 수는 1만8000∼2만5000명 선. 그는 “이르면 이달 말 ‘아이돌로지’를 한국에 정식 매체로 등록하려 한다”고 했다. “데뷔 연도와 아이돌 멤버 수의 상관관계 분석, 가사에 담긴 시대별 ‘발화’ 상황 분석…. 앞으로 더 다양한 접근법으로 아이돌 세계를 진지하고 재밌게 파고들 작정입니다.”

파리=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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