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장애어린이를 위한 날갯짓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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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장애어린이 재활을 돕는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를 맡은 지 4년이 됐다. 푸르메재단과의 인연은 대기업 입사 후 시간 날 때마다 시설을 다니며 자원봉사를 하는 친구의 권유가 계기였다. 친구는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학교를 다니고 나중에 취직도 할 수 있는 30만 명 넘는 어린이들이 전문재활병원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본 180개, 독일 140개, 미국 40개가 넘는 어린이재활병원이 국내에는 한 곳도 없다니….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어 처음 한 일은 ‘토크 콘서트’였다. 행사에 참가한 한 어머니는 “하루 한순간도 아이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아이가 죽은 다음 날 죽는 것이 소원이다”라고 말하셨다. 장애어린이를 둔 가족이 얼마나 고통 속에 살아가는지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후 나는 홍보대사를 넘어 시민들과 함께 어린이재활병원을 짓기 위해 재활 치료의 절박성을 알리는 공익광고 제작과 후원 콘서트, 기금 캠페인 등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홍보대사로 일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단연 가수 션과의 만남이다. 역시 푸르메재단 홍보대사인 그는 매년 철인 3종경기와 마라톤 사이클 등 20개 대회에 참가해 발톱이 여러 개 빠지고 1만 km가 넘는 거리를 완주하며 장애어린이 사랑을 실천한다. 부창부수라고 부인 정혜영 씨도 남편이 페이스북 등으로 1000명 한테 기금을 모으면 후원자들의 이름을 밤새 마라톤 티셔츠에 새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 부부가 왜 한국을 대표하는 기부천사인지 알 수 있었다.

올해 건립 10주년인 푸르메재단은 1만 명이 넘는 후원자 및 500개 기업·단체와 힘을 합해 내년 4월 서울 상암동에 국내 첫 어린이재활병원을 세운다. 새 병원에서는 하루 500명의 어린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다. 땅을 내준 마포구와 건립기금을 후원한 시민·기업이 함께 지은 공공병원이라는 새 모델이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건립비 430억 원 중 55억 원이 부족하다. 대기업 문을 두드리고 만나는 분마다 동참을 호소하지만 벽은 너무 높다. 천사들이 나타나 마지막 벽돌 한 장을 놓아주었으면…. 국내 단 하나뿐인 어린이재활병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나가는 나비효과를 낳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나비가 돼 훨훨 날갯짓 해주시길 바란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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