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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맛깔나게 차려낸 식탁 위 유럽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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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맛깔나게 차려낸 식탁 위 유럽의 역사

민병선기자 입력 2015-09-12 03:00수정 2015-09-1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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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로 맛보는 후루후룩 이탈리아 역사/이케가미 슌이치 지음/김경원 옮김/
280쪽·1만4000원·돌베개
◇과자로 맛보는 와삭와삭 프랑스 역사/이케가미 슌이치 지음/김경원 옮김/
268쪽·1만4000원·돌베개

이탈리아의 파스타… 중세에 부활해 주식으로 정착
프랑스의 디저트… 권력과 함께 꽃핀 달콤한 문화
절묘하게 버무린 역사와 음식… 지루할 틈 없는 예쁜 그림도 미덕
긴 반도 국가인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식생과 기후가 달라 파스타도 다양하다. 밀가루 반죽에 치즈, 생선, 고기 등의 다양한 재료로 속을 채워 만두처럼 만드는 파스타 토르텔리. 돌베개 제공
바다와 가까운 평야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음식 문화가 발전했다. 해산물과 곡식 등 요리 재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그렇다.

두 책의 저자는 유럽 중세사가 전공인 일본 도쿄대 총합문화연구과 교수. 그동안 마녀, 신체, 음식 같은 주제로 역사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해 왔다. 이 책들에서도 이탈리아의 파스타와 프랑스의 과자를 통해 두 나라의 역사를 풀어간다.

고대 로마인은 밀가루를 물과 함께 반죽한 뒤 커다랗고 얇게 늘리는 법을 알았다. 하지만 476년 로마제국이 붕괴하고 수렵 위주의 게르만족이 들어오자 빵, 올리브유, 채소 중심의 식습관은 육식 위주로 바뀐다. 파스타도 쇠퇴했다. 당시에는 고기를 먹어야 남자였고, 곡물은 ‘계집애’들이나 먹는 것이었다.

11, 12세기 중세에 파스타가 부활한다. 13세기 말 수도사 프라 살림베네가 쓴 ‘연대기’에는 ‘수도사가 접시에 코를 박고 치즈를 얹은 라자냐를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상공업자들의 조합인 길드가 생기면서 파스타는 대량 생산의 길로 들어선다. 생산 과잉도 문제가 됐다. 17세기 로마에서는 스파게티 가게가 너무 많아 교황 우르바노 8세가 ‘파스타 가게끼리는 24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는 교칙을 내놓을 정도였다.

토마토소스의 개발은 이탈리아 스파게티의 완성이었다. 17세기 말 도시 귀족의 요리사였던 안토니오 라티니는 토마토소스를 대중화한 인물이다. 토마토소스가 탄생하면서 나폴리 시민은 채소 먹보에서 파스타 먹보가 됐다.

책에는 각 지방의 특별한 파스타도 소개된다. 풀리아 주의 귓바퀴 모양의 오레키에테, 움브리아 주의 작은 장어 모양의 ‘치리올레’, 토스카나 주의 굵은 가락국수 같은 ‘피치’ 등이 군침을 돌게 한다.

프랑스 음식 문화의 꽃은 과자다. 과자는 문화 활동에서 윤활유 역할을 했고 놀이와 멋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취향과 딱 맞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프랑스는 오랜 역사를 통해 온 힘을 다해 과자라는 보검을 갈고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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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벌꿀과 과실로 만든 과자를 즐겼는데, 로마제국이 망하면서 과자를 먹을 여유가 없었다. 과자가 부활한 곳은 중세의 수도원. 당시 신학자들의 저작에는 그리스어로 축복을 뜻하는 과자 ‘에울로기아’를 식사 전에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16세기부터 1789년 프랑스 혁명 이전까지 프랑스는 신대륙에서 사탕수수를 대량 재배해 설탕을 들여왔고 과자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후 귀족의 사교공간인 카페와 살롱이 번성하며 이곳에서 여성들이 즐기는 과자 문화는 전성기를 맞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음식 문화와 역사를 잘 버무린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말랑말랑한 음식 문화를 따라가다 보면 지루하게 느껴졌던 유럽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 주제에 무섭도록 천착하는 일본 저자들의 열정이 다시 한 번 놀랍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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