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 여성동아] 이재만 변호사의 여성 로스쿨! 치매 걸린 아버지의 유언, 효력은?

  • 우먼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18시 58분


코멘트
유언은 고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기는 마지막 의사 표시다. 만약 치매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유언장을 작성했다면, 그 효력은 어디까지일까.

Q 1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은행에 있는 예금과 부동산을 모두 딸인 제게 상속하겠다는 유언장을 남기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연락을 끊고 지내던 전처소생의 이복 오빠가 갑자기 나타나 유언장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치매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아버지가 오랜 기간 투병하면서 마지막에 치매를 앓았던 건 사실이지만, 유언장을 작성할 때는 정신이 온전하셨습니다. 다만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라 글씨체가 예전과 같지 않은데, 이복 오빠 측에서는 이 때문에 유언장 위조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말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의 유언은 효력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사망 이후 유산 분배와 관련한 법적 분쟁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번 사안과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입니다. 먼저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의 유언 효력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원칙적으로 의사 능력이 없는 사람이 한 유언은 효력이 없고, 치매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의사 능력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유언이 항상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고, 법원이 유언 당시에 의사 능력을 갖추었는지 정황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판단합니다.
판례를 살펴보면, 공증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방법으로 답하여 유언한 경우나, 치매 진단을 받은 지 오래된 경우에도 유언의 효력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에 유언자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사전에 어떠한 정보도 없이 유언장 내용만 간단히 확인한 경우 의사능력을 부정한 사례가 있고, 담당 의사가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라고 진단한 경우에도 법원의 판단으로 의사 능력이 없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유언 시 의사 능력에 관한 증거 확보가 관건
결국, 유언 당시에 고인께서 치매 진단을 받았음에도 정신이 온전했다는 다른 증거들, 예컨대 담당 의사의 소견서와 유언 당시를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 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러한 증거들이 있는 경우에는 설령 고인께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유언의 효력이 인정될 것입니다.
유언의 효력이 인정된다면 여동생은 단독 상속할 수 있고 이복 오빠는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복 오빠에게도 일정한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숨진 사람의 유언 유효 여부 및 내용과 관계없이, 가족들이 재산 중 일정 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를 ‘유류분’이라고 합니다. 이복 오빠의 경우에는 상속 1순위인 직계비속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상속분(유언이 없었을 경우 상속받을 수 있는 부분)의 1/2만큼을 유언으로 단독상속한 여동생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재만 변호사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리틀 로스쿨’ ‘주니어 로스쿨’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저자.

기획 · 김명희 기자|글 · 이재만 변호사|사진 · REX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