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 상습 투약’ 유력 정치인 인척 봐주기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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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양형기준 하한 깨고 집유… 檢은 항소 포기
2년 반 동안 15차례… 2014년 기소, 대법 양형기준땐 최소 4년刑에도
1심 “초범 고려” 징역3년-집유4년… 법원 내부서도 “지나치게 관대”
검찰은 “오래돼 기억 안 난다”

2년 반 동안 15차례나 마약을 투약한 거액 자산가 아들에게 법원이 징역 4년∼9년 6개월인 양형 기준 하한선을 이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문.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거액 자산가의 아들 A 씨(38)가 2년 반 동안 코카인 등 마약류를 15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법원은 양형기준을 벗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검찰은 이에 항소하지도 않아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마약류(코카인, 필로폰, 엑스터시 등)를 15차례나 투약 또는 흡입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지난해 말 A 씨를 구속한 뒤 재판에 넘겼다. A 씨는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의사, CF 감독 등과 서울 시내 유명 클럽이나 지방 휴양 리조트 등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다. 5일 동안 코카인을 3차례나 주사하거나 흡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엔 필로폰 1g(약 30회 투약분)을 사들인 뒤 곧바로 다음 날 2g을 또 구입하기도 했다. 필로폰 1회 투약분은 0.03g이다. A 씨는 서울 강남의 유명 나이트클럽 지분을 소유한 전력이 있고, 현재 유력 정치인의 인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 7일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과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른 형량범위는 징역 4년∼9년 6개월이다. 기준대로라면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한 사안이었다.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나이, 성행, 가족관계, 범행 동기,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이번에 한해 개전의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판단돼 양형기준의 하한을 이탈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검찰과 A 씨 양측이 모두 항소하지 않아 같은 달 14일 확정됐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조차 상습성이 짙은 A 씨에게 양형기준까지 벗어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A 씨보다 투약 횟수가 훨씬 적은 마약사범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적지 않다. 한 달 새 2회 투약으로 상습성이 인정된 판례도 있다. 한 30대 나이트클럽 DJ는 코카인을 한 차례 흡입하고 대마초를 2회 피웠다가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특히 코카인은 초범은 구하기 어렵다는 게 마약수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검찰이 A 씨에게 ‘상습투약’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채 기소하고, 양형기준의 하한선을 벗어난 1심 판결에 항소조차 하지 않은 배경도 의문이다. 상습성이 인정될 때에는 형량의 2분의 1을 가중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검찰과 법원의 비상식적 선처로 A 씨는 두 달 정도 수감된 뒤 풀려나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을 맡은 부장판사는 8일 “초범인 경우에 선처할 수 있다. 판결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수사를 했던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들은 “오래된 사건이라 상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기자
#마약#정치인#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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