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열병식 계기로 조금 더 가까워진 韓-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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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朴대통령 참관 환영”… 6·25참전부대 제외해 ‘성의’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첫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인 데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위력을 알리는 열병식까지 참관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한미 우호관계의 틀에서 약간 벗어나 중국과 조금 더 가까워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당초 청와대는 전승절 기념식은 참석하되 열병식 참관은 하지 않는 절충안으로 미국과 중국을 모두 달래려 했다. 하지만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지적에 열병식 참석 쪽으로 가닥을 잡고 발표를 최대한 늦췄다.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가늠해 보기 위해서였다.

중국도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끈질기게 열병식 참관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의 참관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부대는 열병식에서 제외했고, 북한군의 참여도 배제했다. 중국 정부는 28일 “우리는 박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지도자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9·3 기념활동에 참석해 중국 인민들과 이 위대한 날을 축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열병식에 군대는 물론이고 참관단조차 파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누가 오든 우리는 모두 환영하고 오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앞서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20일 박 대통령이 다음 달 2일부터 4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지만 열병식 참석 여부와 상세한 일정은 밝히지 않았고 발표 내용도 짧았다. 6일이 지난 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 사실을 밤늦게 발표했다. 시간을 끌면서 순차적으로 짧게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는 전승절과 열병식 참석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늘 “주변국과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하는데 스스로 새우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질서를 향한 첫걸음이란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기도 하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조금 섭섭한 마음을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버리고 우리와 혈맹이 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우리에게도 동맹국은 미국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우리를 선택하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박근혜#6·25참전부대#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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