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막히고… 돈 아끼고… 200원이 낳은 출근길 ‘얼리버드族’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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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버스-지하철 조조 20%할인 두달

24일 오전 6시 15분경 서울 강북구 미아사거리역 버스 정류장.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24일 오전 6시 15분경 서울 강북구 미아사거리역 버스 정류장.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서울 강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태윤 씨(28)는 지난달부터 출근을 15분 앞당겼다. 6월 말 시행된 대중교통 조조(早朝)할인을 받기 위해서다. 회사가 있는 서울역 인근까지 버스요금은 1200원이지만 오전 6시 30분 이전에 타면 960원으로 할인된다. 24일 미아사거리역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김 씨는 “출근을 서두르니 교통비도 아끼고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10분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영어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취업준비생 이태훈 씨(26)는 지난달 중순부터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을 앞당겼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취준생에게 200원은 결코 적지 않은 돈이잖아요.”

시행 2개월을 맞은 대중교통 조조할인 제도가 출근길 풍경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조조할인을 받기 위해 출근을 앞당기는 이른바 ‘얼리버드족(族)’이 늘었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동북권(강북구 도봉구)과 서남권(영등포구 관악구 금천구)에서 조조할인 제도는 호응을 얻고 있다.

○ ‘얼리버드’ 하루 평균 1만2500명 증가


27일 본보 취재팀이 서울시에 의뢰해 교통카드 이용명세를 분석한 결과 조조할인 시행 전(6월 22∼26일) 하루 평균 34만6937명이던 오전 6시 30분 이전 시간대 승객은 시행 후 35만9470명(7월 6∼10일 평균)으로 늘었다. 얼리버드가 1만2533명 늘어난 것이다.

출근시간대 대중교통이 붐비는 시간대에도 변화가 생겼다. 통상 출근시간대(오전 6∼9시)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승객이 늘었지만, 조조할인이 시행되면서 일부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는 오전 6시 30분까지 승객들이 급증했다가 이때가 지나면 오히려 승객이 줄었다.

서울시는 6월 27일 첫차부터 오전 6시 30분 이전에 교통카드로 버스나 지하철에 탑승한 승객에게 기본요금의 20%를 깎아주는 조조할인 제도를 도입했다. 오전 6시 30분 이전이면 지하철(기본요금 1250원)은 1000원에, 간선버스(기본요금 1200원)는 960원에 탈 수 있다. 한 달이면 약 5000∼6000원을 아낄 수 있다.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 저소득층은 줄줄이 인상된 교통비를 절감하기 위해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찍 나서는 만큼 출근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전 6시 30분 이전에 버스를 타면 오전 7∼9시에 나설 때보다 10∼20분가량 출근 소요시간을 아낄 수 있다.




○ 버스는 동북권, 지하철은 서남권에서 호응

조사 결과 조조할인을 활용한 승객은 서울 시내 동북권과 서남권에서 많았다. 지하철역 중에서는 하루 평균 2042명이 조조할인을 받은 2·7호선 환승역인 대림역이 압도적인 1위였다. 2위인 신림역(1191명)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윤태중 대림역장(56)은 “중국동포들은 한국에 와 가장 먼저 사는 게 지하철 정기권일 만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조조할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림역 주변은 서울에서 중국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또 역 인근에 인력사무소가 밀집돼 있는 점도 조조할인 승객이 많은 요인 중 하나다.

버스 정류장 중에서는 미아사거리역(하루 평균 410명)에서 조조할인 혜택을 받은 승객이 가장 많았다. 강북구는 동북권 지역의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특히 다세대주택이 많은 동네로 꼽힌다.

미아사거리역 노선을 운영하는 한성운수 관계자는 “미아사거리는 동북권 지역에서 도심으로 나가는 ‘관문’ 같은 곳으로 평소에도 승객이 많다”며 “특히 종로나 강남 쪽으로 빌딩 청소나 식당 주방 일을 하러 일찍 출근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을 지나는 지하철 노선은 4호선 하나뿐인 데 반해 버스 노선은 101번, 142번 등 총 19개에 달한다.

:: 얼리버드(Early bird)족 ::

남들보다 일찌감치 부지런하게 움직여 다양한 혜택을 챙기는 사람을 지칭함.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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