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好통]동북아 ‘나만의 역사’ 억지는 이제 그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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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김상운 기자
동아일보가 27일자 A1면으로 보도한 ‘중국 이번엔 선사시대 동북공정’ 기사에 대해 한 대형 포털 사이트에는 25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의 내용은 일본의 역사 왜곡뿐 아니라 중국의 선사시대 왜곡에 대해서도 한국이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중국처럼 거액의 국가 예산을 투입하면서 ‘역사 영토’에 유독 집착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일례로 러시아도 자국 영토인 연해주에 발해 유적이 남아 있지만, 이웃나라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자국사로 편입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했다는 대국(大國) 중국은 왜 이럴까.

전문가들은 중국이 역사 영토에 집착하는 것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서양 열강의 침탈에 이어 만주사변, 중일전쟁 등 일제의 침략 경험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고 본다. 일본은 1930년대 만주를 점령한 직후 고고학자들을 파견해 중국 동북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 조사에 나섰다. 한일강제병합 이후 경주 신라고분을 발굴하고 만주로 향한 학자도 있었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발굴 조사를 독려한 것은 역사적으로 만주가 중원(中原)과 분리된 독자 영역이었음을 증명해 자신들의 만주 침략을 합리화하려는 것이었다. 거대한 중국 대륙을 분열시키려는 의도였다.

중국이 홍산(紅山)문화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도 일본 식민사학과 관련이 깊다. 홍산문화는 일본 고고학자 도리이 류조가 처음 발견했다. 그러나 홍산문화가 실은 소하연문화, 홍산문화, 하가점 상·하층문화, 전국시대 등 5개 층위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중국 학자들이었다. 중국 학계는 홍산문화를 과학적으로 발굴해 일본 고고학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마치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금관총을 다시 발굴하면서 일본 학자들이 밝히지 못한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의 구조를 파악한 데 대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것과 비슷하다.

중국의 동북공정에는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비슷하게 1980, 90년대부터 국내 재야 사학자들 사이에서도 홍산문화가 고조선의 원류이며 따라서 ‘만주는 원래 우리 땅’이라는 식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역사 영토를 둘러싼 동북아 갈등의 올바른 해법은 무엇일까? 강인욱 경희대 교수(북방고고학)는 “만주는 우리 땅이라는 식으로 똑같이 대응하기보다는 정확한 역사 해석으로 양측이 동북아 공동체로서 화해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중 학계가 항일 공동투쟁사를 조명하는 연구에 나서고 있는 것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양국이 억지를 부리기보다 아픈 과거를 공유하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학술연구를 이어가야 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동북아#나만의 역사#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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