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잃어버린 20년’서 살아남은 日음식점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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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에 의존해 왔던 국내 경제도 잔뜩 웅크린 상태다. 그래서 주목 받는 곳이 일본이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오랜 기간 부진을 겪던 일본 경제는 최근 투자와 소비가 늘고 실업률이 떨어지며 경기가 선순환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최고의 장사꾼들’의 저자 이영호는 오랜 불황의 끝자락에서 유난히 팍팍했던 지난 몇 년 사이에 창업해 단순 생존을 넘어 좋은 성과를 낸 음식점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 요인을 묶어 정리했다.

먼저 도쿄의 번화가 신주쿠에 있는 오모이데요코초(추억 골목)로 가보자. 이 골목은 신주쿠역과 기찻길 철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형성돼 있다. 골목이 좁은 데다 수시로 기차가 지나가기 때문에 시끄럽다. 메뉴는 꼬치구이나 국수, 맥주 등으로 단출하다. 저렴한 가격에 그럭저럭 한 끼 때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굳이 이 골목을 찾아 비좁은 간이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맥주 한 잔에 꼬치구이를 먹는다.

이 골목 상인들은 기찻길 옆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기차를 타고 창밖을 내다보던 사람들이 ‘아, 저기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래서 나온 콘셉트가 ‘퇴근 후 한잔’이었다. 퇴근길, 어둑어둑해질 무렵 지친 몸을 이끌고 기차에 올라 창밖을 내다봤는데 모락모락 연기도 나고 뭔가 푸근한 느낌이 드는 골목길 안 꼬치구이집, 이것이 상인들이 잡은 오모이데요코초의 이미지였다. 기차 안에서도 볼 수 있도록 메뉴판을 살짝 기울여 설치하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가격을 최대한 저렴하게 잡았다. 하나 둘 상점들이 들어서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아예 ‘추억 골목’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제는 기차 이용객들이 오며가며 들르는 간이 장소가 아니라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와 사진을 찍고 음식을 먹는 명소가 됐다.

책에는 이 밖에도 저마다 개성 있는 전략을 활용해 경기 불황을 이겨낸 일본 상점들의 사례가 담겼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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