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나는 싸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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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기회/엘리자베스 워런 지음/박산호 옮김/548쪽·2만2000원·에쎄

파산법 전문가로 소비자보호금융국의 기반을 닦은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은 ‘월가의 감시자’로 불린다. 동아일보DB
파산법 전문가로 소비자보호금융국의 기반을 닦은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은 ‘월가의 감시자’로 불린다. 동아일보DB
어머니는 전화 교환원, 아버지는 건물 정비원이었다. 키 크고 깡마르고, 딱히 학교 성적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대학에 갈 가정 형편이 되지 않자 스스로 ‘유일한 능력’이라고 말하는 토론 실력으로 장학금을 따내야 했다. 대학 2학년 때 결혼해 아이 둘을 키우며 로스쿨을 다니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의 젊은 시절은 이렇게 가난하고 부족했다. 이런 경험은 그가 파산법을 연구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경제적으로 무책임한 사람들만 파산 신청을 한다는 편견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성공한 법학자이자 교수였던 그는 1995년 클린턴 정부의 파산법 검토위원회에 들어간다. 그는 파산 보호 범위를 줄이려는 은행과 맞섰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하지만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정부의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 감독 기구에 들어간 그는 이 프로그램이 일반 가정이 아니라 대형 은행을 살리는 데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해 마침내 승리한다. 이 폭로로 결국 정부는 대형 은행에 쏟아 부었던 공적 자금을 회수했고, 소비자 대출 기관을 감독, 규제하는 소비자보호금융국도 설립했다. 그는 단번에 워싱턴 정가가 주목하는 인물로 부상했고, 2012년 재선에 나선 공화당의 스콧 브라운 당시 의원을 상대로 상원의원 선거를 치러 승리한다.

책은 그가 대형 은행과 정부 관료를 상대로 싸우며 겪었던 실패와 그와 가족이 겪어야 했던 불행, 그리고 승리의 순간들을 속도감 있게 묘사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싸워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그의 말이 정치인의 수사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이 가능성을 입증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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