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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낭비 줄줄 ‘밑빠진 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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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낭비 줄줄 ‘밑빠진 독’에…

홍수영기자 입력 2015-08-20 03:00수정 2015-08-20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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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공무용 개발 메신저, 아이폰선 불통
규정 어기고 출장 공무원에 사례비… ‘우수기관 선정’ 나눠주기식 포상금
공무원 전용 모바일 메신저인 ‘바로톡’은 반쪽짜리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서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2월 1억6300만 원을 들여 ‘공무원판 카카오톡’을 개발했다. 민간 메신저를 쓸 경우 정보 유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안상 문제로 애플의 ‘iOS’가 탑재된 아이폰용은 개발하지 않았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산처) 관계자는 19일 “바로톡은 공무원들의 원활한 업무 소통이라는 개발 취지에 맞지 않아 결과적으로 예산을 헛되게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나랏빚은 530조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0조7000억 원이 늘었다. 세수 부족을 국채 발행으로 메우다 보니 정부의 재정 상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그런데도 예산은 줄줄 새고 있었다.

국회 예산처가 이날 내놓은 ‘2014회계연도 결산 분석’은 정부 예산의 방만한 운영 실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공무원들은 예산 집행의 법적 근거가 없거나 규정, 지침 등을 위반한 채 예산을 쌈짓돈 쓰듯 했다. 사업 규모가 크지 않으니 ‘괜찮다’는 식의 행태도 엿보인다.

외교부는 출장 간 공무원들에게 여비와 별개로 ‘사례비’를 지급했다. 지난해 제주도 등이 5월 28∼30일 주최한 ‘제주포럼’ 행사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사례비로 총 350만 원을 받았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지출의 법적 근거가 없었다.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공무원은 중앙부처의 사무로 조력하는 경우 사례비를 받을 수 없다.  
▼ 47억원 투입한 세종시 공무원 숙소, 절반은 텅텅 비어 ▼

예산 낭비 ‘밑빠진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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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총경 이상의 직책수행경비를 지급 규정과 다르게 과다 집행했다. 직책수행경비는 실·국·과장 등 간부에게 직원 격려, 대외활동 등에 필요한 소액 지출을 지원하는 용도다. 경찰청은 치안감인 지방청장에게 직책수행경비로 매달 150만 원을 지급했다. 규정상 월 상한액보다 52만5000원 많은 액수였다. 16개 지방경찰청이 이런 식으로 편법 지출한 돈은 총 1억7400만 원에 달했다.

정부 부처 이전으로 세종시에 마련된 공무원 단기 숙소는 이용률이 저조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예산에 서울용 51억6700만 원, 세종용 47억5700만 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서울에는 집을 구하기 어려워 사업이 아예 취소됐고, 세종시에는 40채를 전세로 빌렸지만 운영이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4월까지 평균 이용률은 58%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부처 간 유사·중복 사업의 통폐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중점 추진한 국정 분야에서 각 부처가 우후죽순으로 사업을 만들면서 다른 유사·중복 사업이 자주 나타났다.

현 정부의 행정개혁 모델인 ‘정부 3.0’과 관련해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추진 우수기관을 대상으로 비슷한 대회들을 열어 나눠주기식 포상을 했다. ‘행정제도 개선 우수사례 경진대회’(994만 원), ‘정부 3.0 우수사례 경진대회’(5850만 원), ‘협업 우수사례 발표대회’(678만 원) 등이다. 대통령상 수상 기관을 보면 각각 경찰청 ‘스마트 안심치안’,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 서울시 ‘포트홀 신고시스템’ 등으로 차별성을 찾기 어려웠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출범한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지난해 총 1억6766만 원을 들여 ‘소통갈등관리 통합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 ‘갈등관리 허브 콘텐츠’ 등을 개발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2007년부터 갈등관리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공무원을 교육하고 있다. 국무조정실도 지난해 갈등관리 사업에 2억7700만 원을 썼다.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덜컥 예산부터 따놓거나 사업 관리를 부실하게 해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도 잦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카메룬 두알라 항을 개선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하다가 현지 타당성 조사비 3500만 원만 날리고 사업을 접었다. 신규 사업을 진행하려면 원조를 받는 나라 정부의 공식 사업요청서가 접수돼야 하지만 KOICA는 두알라 항만청이 아닌 국영 조선소의 요청만 믿고 사업예산 1억 원을 편성했고 이 과정에서 조사비를 미리 집행한 탓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예산#낭비#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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