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끔은 관계에서 벗어나 나만을 위해 고독해 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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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필요한 시간/모리 히로시 지음/오민혜 옮김/208쪽·1만4000원/카시오페아
◇혼자 있는 시간의 힘/사이토 다카시 지음/장은주 옮김/216쪽·1만2800원/위즈덤하우스
현대인의 마음 안내하는 두 책
고독은 창조력의 원천이고 능력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말해

고독은 사회를 거부하거나 남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고독한 동안 창의력을 발휘해 사회에 공헌하고 꿈꾸는 자유를 구축하는 것이다. ‘양질의 고독’은 바로 사회와의 공생이다. 카시오페아 제공
고독은 사회를 거부하거나 남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고독한 동안 창의력을 발휘해 사회에 공헌하고 꿈꾸는 자유를 구축하는 것이다. ‘양질의 고독’은 바로 사회와의 공생이다. 카시오페아 제공
오늘도 관계의 홍수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이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건다. “검찰청입니다(보이스피싱)” “대출 받으세요” 같은 전화에 시달리다 보면 오롯이 고요한 시간은 잠잘 때 정도. 이런 현대인을 고독으로 안내하는 책이 두 권 나왔다. 가끔씩은 고독해져야 건강하고 사고나 행동도 가벼워진다고 권한다. 인연의 비만을 다이어트하면 영혼과 창의력이 풍만해진다고 말한다.

‘고독이…’의 저자는 일본 나고야대 건축학과 교수였다. 그는 8년 전 교수직을 그만두고 모처로 은둔했다. 2년 반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이 없고, (아무도 주소를 몰라서) 편지도 받지 않는다. 책을 내는 일도 편집자와 이메일로 해결했다. 고독해지면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자 오랫동안 앓던 두통과 어깨결림이 단번에 사라졌다.

그는 고독이 창조력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만화, 소설, 건축설계 같은 영역의 창의력은 혼자 있을 때 나온다. 공부 역시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것이다. 학교에 다수가 모이는 이유는 효율 때문이다. 일대일로 수업하려면 교사가 많이 필요하다.

사랑 노래 중에는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노래가 많다. 음악, 영화,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즐거울 때보다 슬플 때 창작하기가 쉽다. 창작자에게 고독은 돈이다.

사람들은 예술과 창작이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 노동이나 사무는 점점 기계와 컴퓨터의 몫이 돼가고 있다. 사람의 영역은 두뇌를 이용한 발상으로 옮겨지고 있다. 창작이 사람 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제 자신이 예술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먹고살기 힘들다.

저자는 나를 성장시키는 ‘양질의 고독법’을 알려준다. 고독감이 느껴져 외롭고 힘들 때 시를 지어보라고 권한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가사를 쓰는 것도 좋다. 시를 지으려고 단어를 찾으며 머리를 짜내는 동안에는 조금이라도 즐겁다.

다른 고독법은 연구를 하는 것이다. 연구는 독창성이 필요하며 새로운 발상이 원동력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쓸데없는 짓’을 하기를 추천한다. 꽃이 피지 않는 단조로운 식물을 심어놓고 그 식물이 자라는 것을 무미건조하게 지켜보면 무언가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저자는 공부 전문가인 일본 메이지대 교수. 그는 ‘공부의 힘’ ‘독서력‘ 같은 책을 썼다. 그는 고독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키우는 시간을 갖자고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의 본질은 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지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느 분야든 실력을 비약적으로 늘리려면 3∼6개월은 몰아서 침잠해야 한다. 예를 들어 ‘3개월 동안은 고전만 읽자’, ‘1년에 영화를 200편 정도 보자’ 등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고독의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도 소개한다. 문학의 힘을 빌려보라는 것. 고독을 명확하게 언어화한 작품을 통해 위대한 선인들과, 문학의 대가들과 고독을 공유할 수 있다. 그는 사춘기에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청년기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성’을 읽으라고 권한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 가눌 길 없는 고독을 버티게 해줄 힘은 자신에 대한 기대다. 고독을 이기고 뭔가를 이루려면 ‘자기력(自期力)’이 중요하다. 그는 학창시절 자기력이라는 말을 가슴에 내내 새겼다고 말한다.

기자도 저자들의 조언에 따라 고독해져봤다. 전화와 TV 소리, 다른 기자들의 취재하는 소리가 윙윙거리는 편집국을 벗어나 회의실에서 혼자 이 글을 썼다. 책 읽고 글로 정리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고독이 필요한 시간#혼자 있는 시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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