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서 광산업체가 불법으로 토석 채취… 3년간 민원 쏟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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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사장 보석… 실소유주는 영장 기각

한 광산업체의 불법 토석 채취로 흉물스럽게 변한 전남 해남군의 한 야산. 지방자치단체의 불허 처분에도 무단으로 토석을 채취하다 구속됐던 이 업체의 명목상 사장이 보석으로 풀려나고 실소유주는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조산마을향우회 제공
한 광산업체의 불법 토석 채취로 흉물스럽게 변한 전남 해남군의 한 야산. 지방자치단체의 불허 처분에도 무단으로 토석을 채취하다 구속됐던 이 업체의 명목상 사장이 보석으로 풀려나고 실소유주는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조산마을향우회 제공
법원이 불법 토석 채취 혐의로 구속된 광산업체 대표를 보석으로 풀어 주고 검찰이 청구한 실소유주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토석 채취가 이뤄진 전남 해남의 한 야산 주변 2개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해남군 두륜산 근처 해발 250m 높이의 한 야산은 흉물스럽게 파헤쳐져 있다. 정상 부근 3만 m²에서는 1984년부터 토석 채취가 이뤄졌다. 주변 마을 주민들은 업체가 각종 시설을 확장하면서 2012년부터 산에서 내려온 흙탕물이 개울을 오염시키고 돌가루가 날려 장독 뚜껑도 열어 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형 트럭이 좁은 마을길을 오가면서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마을 이장 추모 씨(47)는 “3년 전부터 각계에 업체의 불법 행위를 신고했지만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공권력이 불법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2월 업체에 빌려줬던 광산 진입도로를 더이상 임대해주지 않았고 해남군은 업체 측에 ‘진입도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영업 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광산업체는 허가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 영업했고 해남경찰서는 6월 업체 사장 A 씨(42)를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광주지검 해남지청은 보강 조사를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업체의 각종 불법 행위를 확인하고 지난달 1일 A 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나는 이름만 빌려준 ‘바지사장’이고 실소유주는 B 씨(62)”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어 B 씨를 수사해 지난달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B 씨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차일피일 미뤘고, 닷새 후인 21일 영장은 기각됐다. 심문 과정에서 법원은 “불구속되고 싶으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했고, B 씨는 법원에 채석 포기 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원상복구 약속도 없는 상황에서 ‘바지사장’이 구속됐는데 실소유주가 구속되지 않는 건 드문 사례라는 지적이 많다.

해남지원은 이어 지난달 31일 A 씨마저 보석보증금 300만 원(보험증권 2700만 원 제외)을 받고 석방했다. B 씨의 영장 기각과 A 씨의 보석 허가는 같은 판사에 의해 이뤄졌다. 휴가 중인 이 판사는 해남지원 관계자를 통해 “B 씨의 영장 기각과 A 씨 보석 허가는 업체가 광산 영업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철수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주민들은 “B 씨가 영장 기각 이후 광산을 폐쇄하지 않고 땅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고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변 마을 주민들과 향우회 회원 1000여 명은 법무부와 광주지법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향우회 대표 김모 씨(54·여)는 “법원마저 판단을 잘못해 주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광산 측은 “주민들로부터 구두 동의를 받았는데도 주민들이 과도한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며 “B 씨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땅을 근저당 잡힌 것은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고 밝혔다.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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