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상품화 눈앞서 주저앉는 ‘藥小國 코리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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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기술수출로 본 제약업체 신약개발 현주소

“대단한 일을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언젠가는 진짜 한국산 신약이 제품으로 나오지 않을까.”

한미약품이 올해 두 건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총 1조6300억 원 규모)을 맺어 제약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낮은 단계의 로열티에 만족하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8일 자체 개발 중이던 3세대 폐암치료제(HM61713)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다국적 제약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에 판매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을 포함해 임상시험과 시판 허가 등 단계별로 받게 되는 금액을 합산하면 8500억 원대의 초대형 계약이다. 한미약품은 앞서 3월에도 다국적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와 7800억 원 규모의 신약(면역질환치료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제약사가 다국적 업체에 수천억 원을 받고 신약 기술을 수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신약의 최종 목적지인 제품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기술 단계에서 수출을 한 것에 대해 “한국 제약업계의 한계와 단면을 보여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허권과 함께 수십 배의 매출을 낼 수 있는 신약 개발을 포기하고 로열티를 받는 선에서 만족했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직접 제품화를 했다면 8500억 원이 아니라 수조 원의 수익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화 성공이 가져다주는 상징적 의미 또한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아쉬워했다.

게다가 이번에 수출한 신약은 “제품화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었다. 표적 폐암신약인 이 신약은 총 3단계의 임상시험 중 2단계 시험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계약을 맺은 양쪽 업체 관계자들도 “아직 임상 단계가 진행 중이지만 임상 실적이 좋고 제품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국내 제약업체가 제품화 단계까지 도전하지 못하는 것에는 그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우선 임상시험을 끝내고 제품을 만들기까지 들어가는 수백억 원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연매출이 1조 원을 넘는 곳은 유한양행이 유일하다. 외국의 덩치 큰 제약사들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이재국 제약협회 상무는 “신약을 제품으로 만들고 마케팅까지 하는 데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며 “시장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제품화에 성공해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해외 임상과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감독국(EMA) 허가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조차 쉽지 않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안전성과 효과성 데이터 정보가 담긴 문서를 트럭으로 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허가를 받기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또 “기존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쥐고 있는 해외의 제약 유통망을 뚫는 것도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동남아시아 위주로 수출 전진기지를 설립하고 있지만 결국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상무는 “북미 시장과 유럽 시장이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70%에 가깝다”며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이 시장에 도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신약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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