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과 당근 든 中, 롤러코스트 증시 구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시험대 오른 中 관제증시
블랙먼데이 다음날 불법매도 조사… “국가팀 철수 없다” 투자자에 약속
29일 상하이 증시 3.44% 올라… WSJ “3400 무너지면 대재앙”

최근 대폭락으로 중국 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중국 금융당국이 ‘불법 매도에 대한 조사’라는 채찍과 ‘시장 안정 약속’이라는 당근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며 증시 살리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27일 8년 만에 최대 폭인 8.5% 폭락하며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 상황이 발생한 상하이주가지수는 29일 오름세로 돌아서 3.44% 오른 3,789.17로 마감했다. 선전성분지수도 4.11% 올랐다. 이날 중국 증시가 상승한 것은 중국 정부의 주가 부양 의지를 읽은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블랙 먼데이 발생 하루 뒤인 28일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증시 부양을 위해 제한하고 있는 ‘대규모 매도’가 증시 대폭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내부 고발과 시장 모니터링 결과를 정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안도 공동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증감회는 앞서 7월 3일 주가 대폭락 이후 증시 안정을 위한 대책의 하나로 불법 및 규정 위반 매도 행위가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해 왔다. 증감회가 7월 ‘시장 정보 사전 유출’ ‘규정 위반 매각’ ‘대주주의 매각 제한 위반’ 등의 이유로 조사한 상장사는 모두 28개사로 올해 상반기(1∼6월) 조사를 받은 22개 업체보다 많다. 일부 업체는 대주주들이 제한량 이상의 주식을 내다판 것이 문제가 됐다. 금융당국의 조사는 불법 및 규정 위반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것이지만 투자자들에게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성격도 띠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증감회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부심하고 있다. ‘국영 증권금융공사가 증시에서 빠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자 증감회는 정면으로 반박해 투자심리 악화를 차단했다. 증감회의 장샤오쥔(張曉軍) 대변인은 28일 “‘국가팀’이 증시에서 철수해서 더 이상 시장을 구제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은 전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증권금융공사는 지속적으로 주식 보유를 늘려 증시 안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금융공사는 직원이 73명에 불과하지만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에서 수천억 위안의 자금을 지원받아 조성한 기금으로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식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국의 시장 구제 약속에도 불구하고 블랙 먼데이에 상하이증시 1114개 상장업체 시가총액의 5.3%나 차지하는 국영기업 중국석유의 주가가 평균 하락률인 8.5%를 크게 웃도는 9.6%나 떨어지게 방치한 것은 과거 국가팀의 대응과 달랐다”며 “구제 의지를 의심스럽게 했다”고 전했다. WSJ는 또 “이번 주 상하이주가지수가 3,400을 지키는지가 정부 신뢰에 대한 ‘최저선’이라는 공감대가 시장에 형성되고 있다”며 “만약 이 선이 무너지면 ‘재앙’ 수준의 주가 폭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증시#블랙먼데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