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문화전당 대극장 빛-소음 취약…‘국내최대 문화시설’ 무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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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재앙’ 亞문화전당 가보니

24일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부지에 완공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았을 때의 첫 느낌은 ‘엄청나게 넓다’였다. 연면적 16만 m² 규모로 서울 예술의전당(12만8000m²), 국립중앙박물관(13만7000m²)보다도 큰 국내 최대 문화시설이라는 사실이 와 닿았다.

전당은 지난해 10월 말 완공됐지만 곳곳에서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특히 9월 4일 개관을 앞둔 아시아예술극장 대극장은 아직도 형태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 우려되는 가변식 대극장

아시아예술극장은 1120석 규모의 가변형 대극장과 512석의 중극장으로 돼 있다. 공연계에선 특히 유리벽 한쪽 벽면을 개폐식으로 만든 대극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현장에서 살펴본 대극장은 지금껏 접해 온 전통적인 공연장과는 180도 달랐다. 대극장 건물 한쪽 벽면이 총 12개의 유리문으로 연결돼 있어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에는 실내 공연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 일반적으로 극장은 빛이 차단된 공간에서 조명을 활용해 작품에 맞는 이미지를 구현해 낸다. 이에 대해 극장 관계자는 “낮 공연 시 빛을 가릴 수 있는 천 등을 이용해 빛을 차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변형 극장 콘셉트에 맞춰 제작된 이동식 벽 2개도 소음 차단에 한계가 엿보였다. 대극장은 메이플 천연 무늬목에 흡음재를 처리한 이동식 벽 2개를 설치해 극장을 최대 3개 공간으로 분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동식 벽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아시아예술극장 운영 방안 설계 최종 결과 보고서’에서도 구조상 방음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연출가의 작품 의도에 맞춰 극장 사이즈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가변형 극장의 이상적 지향점은 좋았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총 6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된 문화창조원은 제대로 된 콘텐츠로 채울 수 있느냐란 의문을 낳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도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전당의 한 직원은 “처음부터 공간을 다 채우는 것보다 조금씩 전시를 하며 채워 가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 대중성 낮은 컨템퍼러리 장르의 한계

아시아예술극장 개관작 및 2015∼2016시즌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대중성이 떨어지는 실험적인 컨템퍼러리 작품 일색이었다. 28일 전당이 공개한 프로그램은 크게 ‘아워 마스터’와 ‘아시아 윈도우’로 나뉘는데 10개 작품 모두 이 장르에 속한다. 실험적 색깔이 강하다 보니 중간 휴식 시간 없이 총 5시간 동안 이어지는 작품(‘해변의 아인슈타인’)도 있다. 또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듯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포스터에 활용한 작품(‘부토 프로젝트’)도 포함됐다.

전당 측은 아시아 컨템퍼러리 작품의 제작 및 유통의 중심이 되는 허브 극장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메인 극장인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 5편이 모두 서양 작가 작품으로 아시아 작가 작품은 한 편도 없었다.

광주에서 만난 시민 박민정 씨(38)는 “컨템퍼러리라는 장르 자체가 매우 낯설고 어려운데 굳이 돈 주고 보러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광주 사람들 사이에선 아시아문화전당이 우리에게 주는 구체적인 혜택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2013년 11∼12월 문체부가 광주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시민들이 아시아예술극장 창작품에 바라는 것은 대중성(50.6%), 작품성(19.6%), 아시아 문화 관련 공연(15.4%), 차별성(14.4%) 순이었다.

광주=김정은 kimje@donga.com·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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