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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종교전쟁에 지친 유럽, 관용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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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종교전쟁에 지친 유럽, 관용을 찾다

서정보기자 입력 2015-07-25 03:00수정 2015-07-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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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어떻게 관용 사회가 되었나/벤자민 J 카플란 지음/
김응종 옮김/592쪽·3만5000원·푸른역사
16세기 유럽 종교개혁 이후 구교인 가톨릭과 신교인 루터파 칼뱅파 등의 사이에 벌어진 수많은 종교전쟁은 유럽에 ‘종교적 관용’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역사학자들은 현재 유럽이 관용 사회라고 하면서 크게 두 가지 원인을 들었다. 우선 1648년 30년 전쟁이 끝난 뒤 맺어진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유럽의 구교와 신교 국가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종교전쟁에 지친 유럽인들이 ‘관용’으로 타협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1700년대 유럽에 불어닥친 계몽주의 바람으로 종교적 불관용과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인 저자는 기존 학계의 ‘관용의 상승’ 논리를 배격한다.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에도 수많은 종교탄압이 빚어졌다. 예를 들면 루이 14세의 가혹한 위그노 탄압으로 30만 명이 프랑스를 떠나는 등 18세기 초까지 종교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계몽주의 역시 소수의 엘리트에겐 영향을 미쳤을지 몰라도 당대 민중에겐 소귀에 경 읽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등에서 루터파와 가톨릭 교도 사이의 실질적인 공존에 주목한다. 두 종파는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면서도 교회를 공유하고 균등의 원칙에 따라 동수의 대표자를 내는 등 평화를 유지했다. 근대적 관용을 알지 못했는데도 관용을 실천한 것이다. 저자는 관용이 유효한 가치이지만 지금 유럽은 물론이고 현대 사회가 과거보다 관용적이냐는 데는 회의적이다. 관용의 정신을 운운하기보단 근대 초 유럽 역사에서 관용을 실천한 사례를 통해 화해 불가능한 세력끼리의 공존 방식을 배우는 게 더 의미 있다는 지적이다. 원제 Divided by 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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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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