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생명체, 레고 블록처럼… DIY-Bio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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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해커가 온다/김훈기 지음/212쪽·1만3000원·글항아리

‘Do it yourself.’ DIY(손수 만들기)는 가전제품이나 가구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생물공학이란 최첨단 분야에서도 ‘DIY’가 가능하다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미국인 컴퓨터 프로그래머 매러디스 패터슨 씨가 그 예다. 그는 2008년부터 퇴근 후 자신의 아파트 방에서 유전자 변형 미생물을 만들어왔다. 중국에서 어린이 30만 명이 우유 속 독성 멜라민에 병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멜라민을 손쉽게 감지할 수 있는 미생물을 개발하려 한 것. 해파리의 발광유전자를 미생물에 삽입해 미생물이 희미하게 빛나는 실험까지 성공했다. 이런 원리로 우유 속 멜라민을 확인하는 방법을 찾아 그 결과를 인터넷에 올릴 예정이다.

이처럼 생명체를 스스로 연구하는, ‘DIY-Bio(생명공학)’ 활동가가 전 세계에서 늘고 있다. 이들은 미생물 유전자를 부품으로 삼아 원하는 기능을 가진 생명체를 설계하고, 바이러스 치료용 백신을 가정에서 제조하는 시대를 꿈꾸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바이오해커’라고 부른다. 생명공학의 혜택이 기업, 부자 등 일부에게 가고, 정작 일반인에게는 오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제도권 밖에서 인류에게 유익한 유전자, 건강정보를 알아낸다(해킹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바이오해커의 출현은 물론이고 성과와 미래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바이오해커가 중시하는 것은 ‘생명 부품의 표준화’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생체요소가 부품 행태로 제공되면 누구나 부품을 조립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잉크 방울 대신 세포를 재료 삼아 잉크젯 프린터로 인간의 장기 등 생체요소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3D바이오 프런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해커들의 최종 목표는 ‘생명공학의 민주주의적 사용’이다. “전 세계 누구라도 몇 달러만 갖고 있으면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 이 생명체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것이다.” 생명공학업체 ‘케임브리언 지노믹스’사의 대표 오스틴 하인츠의 이 말이 현실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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