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국가 vs 개인… 두 야망, 서로 다른 곳을 향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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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의 시대/에번 오스노스 지음/고기탁 옮김/568쪽·1만9800원·열린책들

중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인민해방군 병사 레이펑(1940∼1962)에 대한 입간판. 마오쩌둥은 ‘레이펑 동지를 배우자’는 운동을 벌여 그를 인민영웅으로 만들었다. 중국에서 그는 자기희생의 아이콘이다. 열린책들 제공
중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인민해방군 병사 레이펑(1940∼1962)에 대한 입간판. 마오쩌둥은 ‘레이펑 동지를 배우자’는 운동을 벌여 그를 인민영웅으로 만들었다. 중국에서 그는 자기희생의 아이콘이다. 열린책들 제공
이 책은 개인적 혹은 국가적 야망이 꿈틀대는 어느 나라의 이야기다. 한때는 두 야망이 한 방향을 향했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국면에 이르렀다. 국가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라는 시대는 흘러간 지 오래. 이제 개인의 욕망이 철의 장막을 친 국가를 위협한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마치 온 가족의 희생 덕에 합격한 사법고시생이 자기 욕망을 좇아 가족을 배반한 꼴과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사설이 길어졌다. 이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 특파원 출신의 미국인 저자는 197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정책 이후 급변한 이 나라 국민들의 다양한 삶을 세밀하게 추적했다. 특히 주요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해서 국가와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국인들의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파고들었다.

대표적 사례가 경제잡지 차이징(財經)의 설립자 후수리(胡舒立). 그는 이 책의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복잡 미묘한 캐릭터 중 하나다. 차이징은 철저한 언론 검열의 나라 중국에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을 심층 보도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검열 지침의 빈틈을 적절히 파고드는 동시에 상업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파악한 후수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자 초년병 시절 여러 지방정부를 출입하면서 시진핑 주석 등 권력층과 안면을 익힌 후수리는 중앙정부가 결정적으로 아파하는 곳은 건드리지 않는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것은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한 게 아니라 더 곧게 자라게 하기 위해서”라는 후수리의 명언은 그의 언론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사회의 붕괴를 원하는 게 아니라 개선, 발전을 지향한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혹자는 후수리를 권언유착의 상징으로 비판하지만 그 어떤 중국 언론인보다 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 저자의 냉정한 평가다.

하지만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국민을 통제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노력은 결국 평범한 중국인들의 삶과 모순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고도 자본주의와 정보기술(IT) 시대의 세례를 받은 국민들이 더 많은 정보와 권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중국 공산당은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거대한 인간 잠재력의 확장을 가져왔고 어쩌면 그럼으로써 자신의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을 맞게 됐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을 서구화 내지 민주주의의 단초로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서구식 자유주의를 희구했던 톈안먼 광장의 젊은이와 요즘 중국의 젊은이들은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8년 티베트 시위 사태 때 ‘2008년 중국이여, 일어나라!’는 동영상을 제작해 서구 언론을 공격한 탕제를 보면 그렇다. 당시 푸단대 대학원생이던 그는 서구 언론들이 중국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으로 온 중국 대륙을 민족주의 물결로 물들였다. 결국 중국의 미래는 수많은 중국인의 욕망만큼이나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갖고 있지 않을까.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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