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휴일이나 밤에 아프면 곤란한 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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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의사의 삶 담은 책 펴낸 설준희 교수

한국 의료계에 대해 쓴소리를 담은 책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수많았던 의(醫)야기’를 최근 펴낸 설준희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설준희 교수 제공
한국 의료계에 대해 쓴소리를 담은 책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수많았던 의(醫)야기’를 최근 펴낸 설준희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설준희 교수 제공
‘휴일이나 밤에 아프면 곤란한 나라’는 어디일까. 소아심장을 전공한 설준희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68)는 단연코 우리나라라고 말한다. 설 교수는 최근 펴낸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의(醫)야기’에서 20여 년 전 천식을 앓는 부친을 모시고 한밤중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아찔했던 경험담을 소개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환자를 볼 만한 전문의가 없었던 것. 결국 설 교수 자신이 직접 응급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며 “건강보험 수가 등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비인기과인 외과, 소아과에서는 결국 의사 가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농구를 사랑했던 소년은 의사가 돼 4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설 교수는 이 책에 의대 입학 후 벌어졌던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그동안 보고 느꼈던 한국 의료계 문제점을 담담히 담아냈다. 40여 년간 그의 일기장에 빼곡 적힌 내용들이다.

그는 의료계가 지나치게 허위 과장 홍보에 목매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노화 방지’나 ‘간편한 미세 수술로 완치!’ 등의 검증되지 않은 문구에 환자들이 쉽게 현혹된다는 것. 설 교수는 의사 가운을 입지 않고 암 병동을 오갈 때 ‘의료 브로커’들이 접근해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며 광고를 해 불쾌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설 교수는 우리나라에 주치의 제도가 확립될 필요성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주치의란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서는 진료를 하지만, 다른 분야는 관련 전문가에게 환자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어느 과에 가야 할지 몰라 어림짐작으로 예약했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닥터 쇼핑 환자들을 많이 봐온 탓이다.
2013년 연세대에서 정년 퇴임한 설 교수는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세브란스체크업 신체리모델링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40년#의사의 삶#설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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