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 아웃도어 의류 18% - 프라이팬 37% ‘발암물질 코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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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학원 300점 무작위 조사결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2015년 말까지 의류 방수처리와 프라이팬 코팅에 쓰는 과불화화합물(PFCs)을 퇴출시키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3년 일상용품 300점을 오프라인·온라인에서 무작위로 구입해 과불화화합물이 얼마나 검출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아웃도어 제품 6개당 1개꼴로, 프라이팬은 10개당 4개꼴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남성 등산 재킷의 경우 PFOA(퍼플루오로옥타노익 애시드)라고 불리는 유해물질이 적으면 kg당 0.0128mg에서 많게는 0.0944mg까지 나왔다. PFOA는 아웃도어 의류에 물이 묻었을 때 젖지 않고 흘러내리게 하는 방수처리에 쓰는 물질이다. 한국 아웃도어 재킷과 바지 시장은 2조 원에 달한다.

PFOA는 뛰어난 효과가 있지만 2006년 이후 그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폐암 간암뿐 아니라 뇌분비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특히 미국은 일반인들의 혈액 속에 PFOA 수치가 계속 검출되는 것을 이유로 환경보호국(EPA)이 8개 제조사를 설득해 감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대체물질 개발을 독려하고 PFOA 사용은 줄여왔는데 올해 말을 끝으로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독일과 노르웨이 정부 역시 자체적으로 PFOA를 포함한 과불화화합물 규제기준을 갖고 있다. 올해 4월 유럽연합 각료 이사회는 PFOA의 독성을 이유로 ‘단계적 금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수년간 국제적 경고등이 켜졌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독성물질 정보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 실태조사에서 아웃도어 재킷의 방수성을 높이기 위해 스프레이 형태로 겉에 뿌리는 제품 중 80%에서 PFOA가 검출됐다. 뿌리는 사이 코나 입으로 인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위험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프라이팬에서도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19개 샘플 중 7개에서 검출(36.8%)됐는데 이마트몰에서 판매하는 주물다이아몬드 프라이팬(PFOA 0.0123mg), G마켓에서 판매하는 쿡웨어 프라이팬(PFOA 0.043mg) 등이 포함됐다.

양재호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는 “생산업체에서는 조리를 통해 PFOA가 검출되는 양이 적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인은 코팅용기를 장시간 강한 불에 쓰기 때문에 1회성 실험이 아닌 장기적인 사용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규제기준이 없다 보니 제품인증기관에서도 PFOA 수치를 따로 검출해보지 않는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품질인증을 위해 정부가 강제하는 것도 아닌 만큼 일상용품에 어느 정도 포함됐는지 관련 데이터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화학제품에 정부가 손을 놓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가 새로 나온 가습기 살균제 관리에 손을 놓는 바람에 2011년 산모 4명을 포함해 전체 사망자가 현재까지 142명에 달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아웃도어#프라이팬#발암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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