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헤르메스, 삼성정밀화학 지분 5% 매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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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삼성물산 경영권 위협 헤지펀드의 2차 공격?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가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5% 이상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헤지펀드가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위협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국이 경영권 방어와 관련한 법적 장치가 취약하다는 점을 노려 해외 헤지펀드들이 국내 기업들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헤르메스는 특별관계인으로 명시한 해외 헤지펀드 4곳과 함께 삼성정밀화학 주식 129만5364주(5.02%)를 보유했다고 3일 공시했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말까지 삼성정밀화학 지분 2.90%를 보유하고 있었다. 올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지분 2.12%를 추가 매입하면서 5%를 넘기게 된 것이다.

헤르메스는 2004년 3월 삼성물산 지분 5%를 확보한 뒤 경영진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급기야 그해 12월에는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주가를 띄운 뒤 돌연 지분을 매각하고 나갔다. 당시 헤르메스가 남긴 시세차익만 380억 원(환차익 포함)에 이르렀다. 11년 만에 다시 돌아온 헤르메스가 이번에는 삼성정밀화학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특히 헤르메스의 법률 대리인은 엘리엇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다.

삼성정밀화학 측은 일단 “헤르메스의 지분 보유는 단순 투자 목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물산과 달리 기업지배구조와는 관련이 없는 데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분도 높아 당장 경영권을 위협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으로 삼성정밀화학 지분은 삼성SDI(14.65%), 삼성전자(8.39%), 삼성물산(5.59%), 호텔신라(2.24%)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31.23%에 이른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헤르메스가 과거처럼 사사건건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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