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르스와 싸운 의사 간호사 홀대하면 누가 나서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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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로 매출이 줄어든 일부 병원이 직원들로부터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임금의 20%를 반납하라고 요구한 병원도 있다고 한다. 병원 측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으나 “싫으면 사표 쓰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치료 중인 병원들의 매출은 최대 70% 줄었다. 이 때문에 의료업계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병의원들이 임금을 깎거나 임금을 아예 못 주는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어제 메르스 사태와 가뭄을 극복하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11조8000억 원을 포함해 총 22조 원을 풀겠다는 계획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메르스 대응 및 피해 업종 지원에 2조5000억 원을 편성했지만 보건 의료 분야는 9000억 원 정도다. 메르스 치료 병원으로 지정돼 폐쇄하거나 휴원하는 등 직접 피해를 본 병의원들에 1000억 원, 방호복과 의약품 구입 등에 1000억 원, 거점 의료기관에 음압격리병상 등 시설 확충에 14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매출 감소 등 간접 피해를 본 의료기관에는 5000억 원을 저금리로 대출해 줄 예정이다.

정부는 메르스로 타격을 입은 공연업계를 위해 관람객들이 공연 티켓 1장을 사면 1장을 더 주는 사업에 추경 3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비하면 메르스와 싸우다 타격을 입은 보건 의료계에 대한 지원은 너무 부실하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은 “협회가 자체 파악한 병의원들의 손실액이 4000억 원을 넘는다”며 “정부가 특단의 보상 조치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사태가 잦아든 데는 공포를 무릅쓰고 헌신한 의료진의 공이 크다. 메르스 확진자 184명 가운데 의사와 간호사가 38명으로 20.6%에 이른다. 감염병이 계속 유입될 수 있는 글로벌 시대에 의료인들에게 일방적 희생만 요구해서는 국민 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 정부는 메르스 피해를 본 병원과 의료진에 대해 제대로 보상하고,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메르스#임금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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