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등 성년 후견제도 시행 2년… 후견인 범위 넓혔지만 여전히 친족 대부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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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시민-법인은 15% 그쳐… 관리인력 확대 등 제도보완 필요

지난해 1월 지적장애인 박모 씨(63)와 오모 씨(33) 모녀의 한정후견인으로 선정된 이모 씨(46·여)는 2년 전만 해도 두 모녀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가정방문 기도로 이들을 처음 만난 뒤 집 안에 잔뜩 쌓인 지로용지들을 처리해 준 게 인연이 됐다. 박 씨 가족의 세금 납부, 은행 일 등을 도와주던 그는 오 씨가 명의를 도용당해 통신비가 쌓여있고 소액대출 사기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법원의 후견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씨는 박 씨 가족의 수입에서 후견보수가 나간다는 사실에 무보수로 후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판단 능력이 불완전한 장애인과 노인 등을 위해 재산 관리, 사회복지의 수혜, 기타 사회생활에 필요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성년 후견제도가 1일 시행 두 돌을 맞았다. 2013년 7월 1일 시행 후 올해 5월 말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성년후견 신청은 모두 4717건.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시행 초기 20∼30건에 그쳤지만 최근 월평균 60여 건에 이를 정도로 신청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민법 개정으로 기존의 금치산, 한정치산 제도가 폐지된 뒤 시행된 성년후견은 외출을 돕거나 치료 여부를 묻고, 타인과의 연락이나 면담 등을 돌봐주는 ‘신상’ 보호 차원으로 확대됐다. 기존의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신청자들은 2018년 6월 30일까지 성년후견제도로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친족뿐 아니라 전문가와 시민, 법인 등으로 후견인의 범위를 넓힌 것도 주요 특징 중 하나다. 5월 말 현재 법정후견인으로 지정된 사람은 2400명이다. 이 중 친족이 2046명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하며 전문가와 기타(시민) 후견인이 나머지 15%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년후견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업무처리 지침이 충실히 마련돼 있지 않고, 관리 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조사관은 160명이었고, 이 중 전문조사관은 92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관계자는 “후견 사건 감독 인력 부족으로 피후견인의 신상 보호 상태와 재산의 흐름들을 확인할 때 유선 감독에 그쳐 행정사무 능력이 떨어지는 친족 후견인에게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충분히 주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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