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은 아직도 ‘문 열고 냉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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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7월의 주제는 ‘절전’]<122>낭비업소 단속도 뜸해

3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점원이 한국어, 중국어를 섞어가며 호객에 여념이 없다.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여름 날씨인데도 문이 활짝 열린 가게 앞을 지나자 에어컨에서 나오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주변 다른 매장 중에는 출입문 바로 옆이나 위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동시에 가동하는 곳도 있었다. 한 매장 점원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줄어든 매상을 올려야 한다. 전기요금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력 공급에 여유가 생기면서 절전 캠페인이 시들해진 틈을 타 이처럼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들이 정상 가동되고 전력요금이 한시적으로 인하되면서 전기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도 점차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하는 서민층과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지 전기를 낭비하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온실가스 감축 기조에 따라 발전설비 증설이 어려워진 지금이야말로 국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상점들이 문을 연 채 냉방기를 트는 것은 여름철 에너지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다. 에너지관리공단이 40m² 규모 매장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외부 온도가 32도일 때 에어컨을 22도에 맞춰 가동하면서 문을 닫아 놓으면 전기가 860Wh 소비된 반면, 문을 열어 놓을 경우 2924Wh나 소모됐다. 전력 소비량이 무려 3.4배로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을 연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영업 방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손님을 끌어들이려면 문을 열어 둬야 한다는 업주들의 인식이 안 바뀌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전력 사정이 예년에 비해 나아지고, 메르스 사태 여파로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에너지 낭비 업소’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이 느슨해진 탓도 있다.

정부는 올해 전력 사용과 관련된 규제와 단속을 대부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문을 연 채 냉방하는 상점에 한해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그만큼 에너지 낭비가 크기 때문이다.

전력 당국은 여름철 전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손님이 드나들지 않을 때는 문을 닫아 놓은 채 냉방기를 틀도록 상점들을 독려할 방침이다. 또 에어컨 가동 시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상점 출입구에 회전식 문이나 이중문을 설치해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절전 캠페인 시민단체 협의회’와 함께 2015년 여름철 국민 절전 캠페인 출범식을 열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절전을 당부했다. 나승식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은 “절전 캠페인을 통해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문화를 확산하고, 에너지 절약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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