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보듬는 정지선의 ‘감성 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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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화환에 장례 상조 물품까지 챙겨… 아르바이트생에겐 장학금 지급도

현대백화점에 10년째 과일을 납품하고 있는 후르츠사계절의 안우식 사장은 몇 주 전 자신의 생일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으로부터 깜짝 선물을 받았다. 탐스러운 장미꽃 바구니에 꽂힌 축하 카드에는 ‘10년 동안 지속된 파트너십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정 회장의 메시지도 적혀 있었다. 안 사장은 “과일 도매업 30여 년 만에 거래처 회장님에게 생일 선물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중소 협력사의 경조사를 손수 챙기는 정지선 회장의 ‘감성 경영’ 방식이 화제다. 경기 불황에 메르스까지 겹쳐 유통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중소 협력사를 직접 챙겨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내자는 의지다. 평소 조직문화 개선으로 동기 부여와 업무의욕 제고를 강조해온 정 회장의 관심이 현대백화점 조직을 넘어 협력사에까지 확대된 것이다.

정 회장은 2008년 취임 이후 소통을 통한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해 왔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조직 내 칭찬 문화를 조성하는 ‘땡큐 마일리지’와 ‘칭찬 온도계’ 등의 제도를 마련해 사소한 것이라도 서로 챙겨주는 따뜻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2013년에는 협력사원들이 실제로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듣기 위해 본사 직원들이 전국 점포를 찾아다니며 직접 조사에 나섰다. 현대백화점 고객서비스팀 직원들은 3개월 동안 전국 13개 점포를 돌며 협력사원들의 애로사항을 취합했다. 그 결과 사소한 일이라도 챙겨주는 ‘따뜻한 동료애’를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협력사원의 결혼식과 장례식 등까지 지원을 확대했다. 3년 이상 근무한 3000여 명의 협력사원을 대상으로 본인 결혼식에 화환을 보내고,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장례에는 현대백화점 로고가 새겨진 식기 수저 등 상조 물품 일체를 지급한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생에게까지 장학금을 주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발전됐다. 지난달 23일에는 협력사 직원 자녀와 백화점 아르바이트생 등 125명에게 총 2억 원의 ‘열정 장학금’을 수여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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