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세운상가, 과거-현재 공존 공간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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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현대적 토속’ 설계작품 선정

도시 재생 방식으로 거듭나게 된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미래 모습을 보여 주는 투시도. 세운상가는 오래된 건축물의 과거 흔적을 지켜 내는 방식으로 다시 활용될 예정이다. 서울시 제공
도시 재생 방식으로 거듭나게 된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미래 모습을 보여 주는 투시도. 세운상가는 오래된 건축물의 과거 흔적을 지켜 내는 방식으로 다시 활용될 예정이다. 서울시 제공
1968년 지어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는 한국의 1호 주상복합건물이다. 종로3가에서 퇴계로3가까지 약 1km에 걸쳐 8∼17층의 건물 7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1∼4층은 상가, 5층 이상은 주거공간이다. 건축가 김수근 씨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공중보행교’로 건물을 연결한 독특한 설계 덕분에 서울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초기엔 연예인이나 고위 공무원, 대학교수 등이 입주하면서 고급 아파트의 상징이 됐다. 여기에 국내 유일의 종합 가전제품 상가라는 이름값 덕에 주변에 대규모 전기·전자, 기계·공구, 인쇄·기획, 인테리어 용품점이 몰리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세운상가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 곳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용산전자상가가 등장하면서 더는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건물과 시설의 노후화로 슬럼화됐다.

이처럼 철거 직전에 내몰렸던 세운상가 일대가 도시 재생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공간 설계 작품을 공모한 서울시는 이-스케이프 건축사 사무소의 ‘Modern Vernacular(현대적 토속)’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당선작은 오래된 건축물을 새 건축물로 만들지 않고 과거의 흔적을 존중하며 새로움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남북(종묘∼남산)으로는 끊어진 보행로의 축이 복원된다. 높이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보행로에는 컨테이너 형태의 박스를 위아래에 설치해 지상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박스는 전시실 등 공공편의시설로 꾸며진다. 동서(종로∼동대문)로는 역사성을 간직한 길을 찾아 연결한다.

현대상가가 있던 세운초록띠공원 자리에는 종묘와 연결되는 횡단보도부터 세운상가 2층까지 완만한 경사의 광장이 들어선다. 다양한 퍼포먼스가 가능하고 편안히 앉아 종묘를 바라볼 수도 있다. 광장 아래 1층 공간은 전시나 창업 지원이 가능하도록 꾸며진다.

청계천이 지나는 세운상가∼대림상가의 끊어진 공중보행교도 다시 선보인다. 원래 발코니 형식의 각 건물 보행로가 연결돼 있었지만 2005년 청계천 복원공사로 끊어졌다.

1단계 구간(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공사는 12월 시작돼 내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2단계(삼풍상가∼진양상가)는 소유자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추진한다. 22∼30일 서울시청 본관 1층 로비에서 당선작 등 8개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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