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사상을 집약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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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마굴리스/도리언 세이건 엮음/이한음 옮김/320쪽·1만6000원/책읽는수요일

린 마굴리스(1935∼2011)는 ‘공생’ 개념으로 유명한 생물학자다. 세포핵과 비슷한 고대세균, 미토콘드리아와 비슷한 고대세균, 엽록체와 비슷한 고대세균들이 공생하면서 세포핵을 갖춘 진핵 세포를 탄생시켰다는 것이 그의 ‘공생 진화론’의 핵심이다. 별개의 존재들이 융합해 하나의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첫 부인으로도 잘 알려졌다.

그의 아들이자 과학저술가인 도리언 세이건이 엮은 이 책은 시스템 생물학의 대가 데니스 노블,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록 등 과학계의 거장들이 린 마굴리스의 업적을 조명한 것이다.

“린은 우리 인간이 단지 세포 군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처음 내게 알려준 사람이었다. 이 군집은 100억 개의 살아 있는 세포로 이루어진 엄청난 규모이지만, 그중 90퍼센트는 인간의 세포가 아니라 미생물의 세포다. 그들 대부분은 진화하면서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변한 것들이다.” 제임스 러브록의 기록에는 린 마굴리스의 사상이 집약돼 있다. 마굴리스의 이론은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을 중심으로 삼은 현대의 주류 진화생물학이나 세포핵의 유전에 관심을 갖는 분자생물학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 주류 과학계가 생물학적 대상들을 따로 분리해서 연구한 반면, 마굴리스는 융합의 관계망으로 생물을 파악했다. 또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 맞서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책은 과학뿐 아니라 철학과 정치, 문화적 관점에서 린 마굴리스의 연구를 조망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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