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재앙? 축복? 원주민에게 밀림 개발이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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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주민 마을에 간 이유는?/오렌 긴즈버그 글, 그림/임영신 옮김/
60쪽·1만1000원/초록개구리

나의 선의가 상대방에게는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쪽의 지나친 친절이 다른 이들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일도 있지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만 그것은 수세기 동안 제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행된 일이기도 합니다. 찬탈과 모욕을 당하며 오랜 삶터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원주민들, 소수민족의 입장을 배려한 침략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것이 현재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명과 야만은 어느 쪽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잣대입니다.

이 책은 조상 대대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어느 작은 부족에게 찾아온 재앙과 같은 현실을 보여줍니다.

어느 날 밀림 속 작은 마을을 찾아온, 셔츠에 넥타이 차림의 두 남자는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부닥칩니다. 그들은 밀림을 개발하여 원주민들을 잘살게 해주러 왔다는데요. 정작 원주민들은 이미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자신들이 방문한 목적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더 잘살게 해주겠다며 여러 방법을 제시해 보지만 원주민들은 딴전만 피웁니다. 그런 원주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목적이 분명한 두 사람은 전문가들을 불러 개발을 시작합니다. 이후 개발제일주의와 자본의 논리에 원주민의 삶이 황폐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책 전반부에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표정은 밝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다양하고 자유롭던 그들 삶의 방식은 급격히 달라집니다. 잘리고 깎여 획일화되고 무표정한 모습이 이 모든 이야기의 결과로 드러납니다. 초등 중학년 이상 청소년들과 함께 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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