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름답고 친절한, ‘내 아내’ 같은 도시를 소개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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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닮은 도시/강병융 지음/176쪽·1만3000원·난다

책에 등장하는 류블랴나(Ljubljana)는 유럽의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의 수도. 슬로베니아어로 ‘사랑하다’가 ‘류비티(ljubiti)’, 사랑이 ‘류베젠(ljubezen)’이다. 소설가이자 류블랴나대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류블랴나의 어원이 사랑일 거라면서 그곳을 ‘사랑의 도시’라고 소개한다. 류블랴나 사람들은 이웃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헤어질 때면 덕담을 건네는 등 예의가 바르다. 평화로운 풍경을 평화롭게 감상할 수 있는 류블랴나 성과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건축물로 꼽히는 잘레 공동묘지, 적막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블레드 호수도 있다.

저자는 도시를 걸으며 슬로베니아어로 A부터 Z까지 술, 호칭, 호수, 다리 등 단어 하나씩을 골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류블랴나가 ‘작지만 아름답고 깨끗하고 친절한 느낌’이기에 초등학교 동창인 아내와 닮았다며 시종일관 예찬한다(작가는 아내와 딸과 함께 류블랴나에서 거주하고 있다). 문장도 아내에게 사랑을 속삭이듯 다감하고 따뜻하다. 홀로 걷다가도 아름다운 곳을 발견할 때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감상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저자가 썼으니, 책에 담긴 류블랴나의 아름다움을 더 말해 무엇 하랴.

책 표지를 벗겨 펼치면 변웅필 화가가 그린 류블랴나 산책 지도가 있다. 또 책을 들고 류블랴나에 오면 작가와 직접 수다를 나누고 에스프레소를 나눠 마실 수 있는 시음권도 수록돼 있다. 류블랴나로의 여행을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아내를 향한 사랑이 조금 식었음을 스스로 반성하는 중고 남편도 읽어볼 만하다. 단, 강제로 남편에게 쥐여주면 역효과만 줄 거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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