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알려준뒤… 결제하면 취소해 환불금 꿀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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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울린 신종 티켓사기 20대 구속

지난달 11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매진이 임박한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공연 티켓을 싸게 판다는 글을 본 남모 양(18). 양도 방법을 물으니 자신이(피의자) 티켓을 예약해 놓은 사이트 ID와 비밀번호를 넘겨주며 직접 결제하라고 권했다. 내심 사기를 걱정한 남 양은 글 게시자가 ID와 비밀번호까지 보내주는 것을 보고 의심 없이 결제했다. 하지만 약속한 날이 되어도 티켓은 오지 않았다. 뒤늦게 예매 사이트에 전화한 남 양은 돈을 입금한 직후 글 게시자가 예매한 티켓을 환불해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 양이 티켓 가격으로 입금한 돈은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공연 티켓을 팔겠다고 속인 뒤 돈만 가로채는 이른바 ‘티켓 양도 사기’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돈을 받은 뒤 티켓을 보내지 않는 사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예매 사이트의 환불 시스템을 악용해 돈을 가로채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구매 희망자 95명으로부터 약 1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모 씨(21)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 씨의 수법은 남달랐다. 그는 티켓 예매 사이트에 ID를 개설하고 취소 시 환불받을 수 있는 자신의 은행계좌를 등록했다. 이어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직접 결제하게 했다. 이 씨는 피해자가 해당 ID로 접속해 티켓을 결제하고 입금하면 몰래 예약을 취소해 환불받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피해자의 절반가량은 중고교생. 이들은 이 씨가 정식 예매 사이트의 ID와 비밀번호까지 알려줬기 때문에 대부분 의심하지 않고 결제한 뒤 넋 놓고 기다리다가 피해를 봤다. 조해용 수서경찰서 수사관은 “ID와 비밀번호처럼 중요한 정보까지 받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입금했다”며 “최근 비슷한 수법의 사기가 늘고 있어 결제가 끝났다고 해서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터파크는 대표적인 티켓 양도 사기 수법을 공지하는 등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뒤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은 들어본 적이 없던 신종수법이다. 최근 피해자들에게 ‘진짜 물건을 갖고 있다’는 신뢰감을 주려고 갈수록 진화된 사기수법이 동원되고 있다”며 “특히 매진이 임박한 유명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범행에 자주 악용돼 어린 피해자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monami@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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