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시든 중동 특수… 건설 수주 73% 급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1∼5월 계약건수 2014년의 반토막… 발주취소-사업지연 많아 골머리
“중동서 亞신흥국에 눈돌릴 필요”

올해로 해외 진출 50주년을 맞은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최근 ‘중동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유가로 재정이 어려워진 중동국가들이 사업 발주를 잇달아 취소하거나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231억3426만7000달러(약 25조2167억5103만 원)로 작년 동기(311억1993만8000달러) 대비 25.7% 감소했다. 이 중 중동지역에서 수주한 물량은 총 67억4197만9000달러(약 7조3487억5711만 원)로 작년 같은 기간(246억3672만8000달러)보다 72.6%나 감소했다. 중동지역 계약 건수도 올해는 23건으로 지난해(52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해외건설 수주액 중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50∼60% 정도였지만 올해는 29%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과거에는 중동 덕에 해외건설 수주실적을 끌어올렸지만 이제는 중동특수가 옛말이 됐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올해 중동특수가 사라진 주된 이유는 저유가로 인해 중동국가들이 발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영국 네덜란드의 합작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이 중동 산유국인 카타르의 국영석유공사와 공동 발주했던 ‘알카라나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를 올해 1월 중단했다. 4년 전 시작된 이 사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를 카타르에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세계 건설업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낮은 수익성 때문에 로열더치셸 등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중동국가들이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며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발주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사업들이 예년보다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됐던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공장 프로젝트(NRP)에도 비상이 걸렸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KNPC)가 발주한 이 사업은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을 순방할 무렵 한국 건설사가 포함된 컨소시엄들이 대거 최저가 입찰자로 선정돼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 KNPC의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이 미뤄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하반기(7∼12월)에 유가가 안정을 찾으면 중동 수주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전체 해외 수주액은 6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660억 달러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의 인프라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대신 아시아의 신시장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저유가#중동#건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