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패 척결 앞세운 ‘황교안 카드’ 난국 해법 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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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김성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경제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거부터 지속돼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 개혁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완구 전 총리의 사퇴 이후 새 총리 후보자의 지명은 24일 만에 이뤄졌다. 고르고 고른 총리 후보자를 놓고 청와대가 첫마디부터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 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의아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에 따라 법무부 장관 출신인 황교안 후보자를 앞세워 부패 척결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사정(司正) 드라이브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정부패 척결과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부문의 구조 개혁, 그리고 정치 개혁은 절실한 과제다. 하지만 발등의 불인 경제와 민생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가 중요하다. 굳이 시작부터 사정 얘기를 꺼낼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반감을 불러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더구나 국무총리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자리이지, 특정 업무를 맡는 자리가 아니다. 사정은 검찰을 주축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치 개혁도 정부가 아닌 국회의 몫이다. 대통령이 국회에 촉구할 수는 있어도 총리가 정치 개혁을 지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완구 전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사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을 때도 “왜 총리가 나서지”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비리 의혹으로 부메랑을 맞은 이 전 총리 대신에 청와대가 ‘흠 없는 이완구’를 대타로 내세웠다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통과에 지나치게 주안점을 두고 그를 발탁했다는 인상도 든다. 3명의 총리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데다 직전의 이 전 총리마저 비리 의혹으로 2개월여 만에 조기 하차했으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황 후보자도 흠집이 없는 건 아니다. 2013년 2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군 면제와 전관예우 의혹이 논란거리가 됐었다. 총리 후보자 검증에 쏠리는 국민의 시선은 장관 때와는 차원이 다른 만큼 이번에도 무사통과하리란 보장은 없다. 예기치 못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다.

황 후보자는 몇 명 안 되는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 멤버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심판 과정에서 정부 측 대리인으로 활약하면서 해산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함께 일해 보고 믿을 만한 사람을 중용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부합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눈에 든다고 국민의 눈에까지 들 수는 없다. 국무총리 자리에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대통령에게 직언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청와대는 어제 오전 10시 총리 후보자 발표를 예고했다가 불과 몇 분 전 취소하고 오전 10시 15분으로 변경해 억측을 초래했다. 황 후보자가 법조인 출신의 현직 장관이라는 점에서 신선감이 떨어지고 돌려막기식의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판에 인선 발표 때부터 납득하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덜컥거리는 박 대통령 인사는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부패 척결#국무총리#후보자#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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