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췌장암 조기진단 키트, 15세 소년이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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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십대, 잭 안드라카 이야기/잭 안드라카, 매슈 리시아크 지음
/이여아 옮김/268쪽·1만2000원·RHK

췌장암 환자의 85% 이상은 암 말기에 진단되고 생존확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췌장암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선 ‘조기 발견’이 관건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과학계의 이목은 15세 소년 ‘잭 안드라카’에게 집중됐다. 의사나 과학자도 아닌, 고작 15세 소년이었던 잭이 췌장암 조기 진단 키트 ‘옴미터’ 개발에 성공한 것. 잭이 개발한 키트는 기존 방식보다 진단 속도가 168배 빨랐고, 100%에 이르는 정확도를 보였다. 게다가 췌장암 진단 비용으로 평균 800달러가 들었던 것에 비해 옴미터를 통한 검사 비용은 고작 3센트에 그쳤다.

췌장이 뭔지도 몰랐던 잭이 췌장암 조기 진단 키트 개발에 나서게 된 계기가 있다. 잭이 삼촌이라고 부르며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던 아버지 친구 테드가 췌장암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한 것. 당시 잭은 의사들이 “좀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하며 안타까워하는 말을 들었다. 소년은 그때부터 췌장암의 조기 진단법을 알아내기 위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했다. 모두들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했지만 잭은 자기 자신을 믿었다. ‘어쩌면 내가 췌장암 진단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잭은 구글과 위키피디아를 통해 췌장암에 걸렸을 때 혈액에서 발견되는 8000개 이상의 단백질 종류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수많은 논문을 검색하면서 이름도 저마다 다른 단백질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소년은 췌장암이나 난소암, 폐암에 걸렸을 때 ‘메소텔린’이라는 이름의 단백질 수치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가 4000번째로 조사한 단백질이었다. 이후 아니르반 마이트라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도움으로 7개월에 걸쳐 연구의 결점을 보완해 조기 진단 키트를 만들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잭 안드라카 이야기#췌장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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