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에게 情을…‘웜 IT’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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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전자책을 점자 정보로 변환… 스크린에 점 튀어나오는 스마트워치
그룹 화상통화로 간접 여행 돕고 색약 지하철노선도-음성 캐릭터도

‘점’을 뜻하는 영어 단어이기도 한 웨어러블 스타트업 ‘닷(Dot)’이 개발한 점자 스마트워치. SK텔레콤 제공
‘점’을 뜻하는 영어 단어이기도 한 웨어러블 스타트업 ‘닷(Dot)’이 개발한 점자 스마트워치. SK텔레콤 제공
“보지 못했던 책 읽어 주고, 받지 못했던 메시지 전해 줄게요.”

‘점’을 뜻하는 영어 단어 ‘닷(Dot)’은 올해 SK텔레콤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에 선정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의 이름이다. 미국 워싱턴대 학생인 김주윤 대표(25)를 포함해 5명의 청년이 시작한 이 웨어러블 기업은 세계 최초의 ‘점자 스마트워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점자 스마트워치는 손목시계처럼 생겼지만 시곗바늘이나 전자화면 대신에 24개의 오돌토돌한 점이 스크린 위에 돋아난 형태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PC에 연결되며 문자메시지나 전자책(e북) 등을 점자 정보로 변환한다. 스크린 위의 점들이 튀어나왔다 들어가면서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점자를 만든다.

김 대표는 지난해 미국 유학 중 현지 강의실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친구가 항상 두꺼운 점자책들을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그 시각장애인 학생은 친구들과의 메신저 대화에서 소외됐다.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뒤 300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을 만나면서 그들이 메신저와 e북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속도와 편리성만을 추구하던 IT를 넘어 소외된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따뜻한(warm) IT’가 떠오르고 있다. 장애나 질병으로 이동과 소통이 어려운 이들의 ‘눈’과 ‘발’이 돼주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의 한 사진작가가 2012년 시작한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버추얼 포토워크’는 구글이 제공하는 그룹 화상통화로 ‘가지 못하지만 가고 싶은 곳’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단체다.

2013년부터 매년 6월 25일이면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은 경기 파주 임진각 등 6·25전쟁 기념지 곳곳을 찾아 화상통화를 연결한다. 외국에 살고 있으면서 고국을 찾기 어려운 한국의 예비역 군인들에게 전쟁 기념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신체적 제약을 넘어 모든 이들이 웹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웹 접근성’의 확대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본사에 장애인의 웹 서비스 사용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한 네이버, 오디오와 점자 버전 책을 지원하는 구글 북스 등은 웹 접근성 확대를 위해 노력한 사례로 꼽힌다.

네이버 검색디자인실은 지난달 색약과 색맹을 위한 PC버전 지하철 노선도를 개편해 공개했다. 실제 색각이상자 12명을 심층 인터뷰해 완성한 색약 버전의 노선도는 비슷한 색 노선에 화살표와 외곽선을 그려 그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 측은 “색각이상자들 대부분이 이전에는 순서나 위치, 미묘한 색상 차이를 암기해 생활하고 있었다”며 “색약자 전용 노선도를 새로 개편한 이후에는 지하철에서 방향을 찾는 시간이 기존 대비 52% 이상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리가 쉽게 주고받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도 시각장애인 이용자들은 읽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음카카오는 180여 가지 캐릭터에 이름과 표정을 설명해주는 음성 텍스트를 적용했다.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톡백’ 등 시각장애인용 기능을 이용하면 ‘프로도, 미소 지음’과 같이 이모티콘을 읽어준다. 시각장애인 관련 단체에는 캐릭터의 이름, 생김새, 탄생 스토리가 점자로 적힌 점자카드를 제작해 배포했다.

최재성 다음카카오 플랫폼기술팀 선임은 “웹 접근성의 개념은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모바일 접근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들이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접근성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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