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요리,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 매 순간 새로운 경험하는 전쟁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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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셰프/마이클 기브니 지음·이화란 옮김/272쪽·1만4000원·처음북스

와인과 채소, 고기를 넣고 졸인 소스, 돼지고기를 넣어 만든 푸딩 스타일의 소시지, 젖소의 우유로 만든 하얗고 부드러운 이탈리아 치즈…. 먹음직스러운 재료만큼이나 셰프의 삶은 근사해 보인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개하고, 맛깔스러운 요리를 척척 만들어 내고, 재미난 이야기로 분위기도 돋운다. ‘셰프테이너’라는 신조어처럼,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연예인과 다를 바 없다.

‘위, 셰프’의 저자 마이클 기브니도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레스토랑에서 일해 온 셰프다. 많은 셰프가 자신의 ‘작품’을 얘기하는 것과 달리, 그는 자신의 ‘직장’ 얘기를 한다. 레스토랑 주방에서 겪는 하루가 이 책에 담겼다. 치열하고 사실적이다.

주방의 상태는 아침이 최상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식기류, 제자리에 있는 냄비와 팬, 물기가 말라 반들반들한 바닥. 그러나 이 하모니는 곧 깨질 수 있다. 접시를 깨면 ‘바보’ 소리를 듣고, 고기를 너무 오래 구웠다면 ‘고무신을 만들었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 사고를 친 조수에게 접시가 날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분노에 휘둘려선 안 된다. 시퍼런 불꽃이나 냉혹한 칼날은 봐주지 않는다. 요리사들 사이에서 화상이나 자상을 입는 건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손가락을 다쳐 동료들을 주방에 남겨 놓고 떠나는 건 용서받지 못할 범죄다.

새벽부터 나와 주문한 물건을 체크하고 요리 재료를 손질해야 한다. 가득 쌓인 주문서를 앞에 놓고 요리에 매진해야 한다. 이미 알고 있는 레시피가 있더라도 생선 하나하나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이전까지 갖고 있던 정보를 모두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요리는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이다.”

셰프가 내보이는 주방의 풍경은 치열하고 사실적이다. 막내부터 수석 셰프까지 ‘계급’이 있고 정치적 암투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요리 실력이다. “주방을 떠나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길든지 요리는 언제나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외치죠”라는 책 속 셰프의 말에서, 하나의 직업을 가질 때 그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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