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선前 ‘成 익명 일정’ 40건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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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이름 없거나 이니셜로 표기… 동석자까지 기록한 일정표와 대조적
‘리스트 8인’ 의혹 풀 열쇠 기대

2012년 대통령선거 직전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일정표에 남긴 ‘익명 일정’ 수십 건이 성 회장의 ‘은밀한’ 행적을 추적할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성 회장과 보좌진이 일부 일정을 익명으로 관리했던 배경을 밝혀내면 ‘리스트 8인’을 둘러싼 많은 의혹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 회장의 2012년 6∼12월 일정표에는 ‘익명 일정’이 40여 건 등장한다. 만날 상대방을 표기하는 칸이 비어 있거나 이름이 영문 이니셜 또는 성(姓)만 적혀 있는 경우다. 다른 일정에는 ‘문대성(새누리당 의원), 김호영(경남기업 대표), 성승훈(장남) / 국회의원 회관 420호’ 등으로 만날 대상과 장소, 동석자의 이름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익명 일정은 같은 시기 전체 일정의 2∼3% 정도다.

익명 일정 중에는 장소가 ‘방문’으로만 기재된 경우가 10여 건으로 가장 많다. 성 회장이 해당 인사의 자택이나 사무실 근처를 방문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성 회장이 평소 ‘방문’으로 기재했던 일반 일정은 대부분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 정치계 원로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정부 고위 인사와의 만남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익명 일정 상당수도 공개하기 힘든 주요 인사와의 약속이었을 개연성이 높다.

검찰은 당시 성 회장의 보좌관이었던 이용기 경남기업 부장 등을 상대로 익명 일정 전후 성 회장과 측근들의 동선을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모 전 경남기업 재무담당 부사장이 대선을 앞두고 2억 원을 건넸다고 지목한 새누리당 부대변인 김모 씨의 이름은 2012년 성 회장의 일정표에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익명 일정 가운데 하나가 김 씨와의 만남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한 전 부사장으로 추정되는 영문 이니셜 ‘한JS’가 국회 인근에서 성 회장과 만났던 2012년 10월 15, 18일 전후로 성 회장의 일정표에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새누리당 이모 의원으로 각각 추정되는 이니셜 ‘서BS’와 ‘이○○’ 등이 등장한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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