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남친 회사동료 찾아가 “임신했어요”, 명예훼손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3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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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헤어진 남자친구 A 씨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던 이모 씨(34·여)는 고심 끝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그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이의 아이를 임신했어요.” 이 씨는 A 씨의 동료직원에게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 씨의 ‘임신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 씨의 거래처 회사 대표까지 만나 “아이를 임신했는데 만나주지도 않고 투자 명목으로 5000만 원 사기까지 당해 낙태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또 다른 A 씨의 지인에게도 “수천만 원의 외주 개발비를 떼이게 됐다. 아이까지 임신해서 믿었다”고 했다. 참다못한 A 씨는 이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이 씨에게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며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씨는 “남자친구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표현이 아니었다”며 항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임동규)는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은 가치중립적 표현”이라며 “미혼남녀인 이 씨와 A 씨가 연인관계에 있었던 점에 비춰 사회통념상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는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며 일부 감경해 이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5000만 원을 사기당했다는 발언은 허위사실이고, 이 씨도 전파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판단해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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