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마다 수백명씩 잔해에 파묻혀 곡괭이-맨손으로 애타는 구조작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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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81년만의 대지진]
외신이 전하는 ‘비극의 현장’



대지진에 강타당한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 여진의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수만 명의 네팔 주민들은 수백 년 된 세계문화유산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아파트를 종이상자처럼 구겨버린 지진의 위력에 질려 집 안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공터는 물론이고 차량 운행이 끊긴 도로는 텐트로 가득했다.

지진 피해를 취재하기 위해 세계에서 몰려든 해외 취재진도 편안한 호텔방을 버리고 그 앞마당에 텐트를 치고 불안한 잠을 청할 정도였다.

26일 카트만두에 도착한 CNN의 잉그리드 포마넥 프로듀서는 “100여 명의 호텔 투숙객과 함께 잔디밭 전용인 커다란 텐트 하나에 서로 발 디딜 틈 없이 부대끼고 있다”고 밝혔다. 밤늦게 여진이 잦아들기는 했으나 26일 리히터 규모 4.0∼6.7의 여진이 수십 차례 이어졌다. 호텔방에서 잠을 자던 기자들도 여진에 놀라 주차장의 차 안에서 쪽잠을 청했다.

26일 낮 21도까지 올라갔던 기온은 27일 새벽 11도로 내려갔다. 새벽녘엔 비까지 들이닥쳤다. 음식과 마실 물은 점점 떨어져 갔고 잠자리를 찾은 시민들도 부들부들 떨며 밤을 지새웠다.

27일 오후에 찾은 카트만두 중심가 라트나 공원은 거대한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수백 개의 텐트가 들어선 사이사이로 비에 젖은 이불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이재민들은 “씻을 곳도, 갈아입을 옷도 마땅치 않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식수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으며, 그나마 문을 연 상점 선반도 텅 비어 있었다.

카트만두대 의대의 의사들도 몰려드는 부상자를 감당할 공간이 부족해 밖에 텐트를 치고 간이 수술실을 만들었다. 로이터통신은 “국립병원, 사립병원 모두 수술할 공간이 부족해 부상자들이 병원 밖에서 줄을 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구조 작업은 곡괭이와 맨손으로 잔해를 치우고 무너진 잔해 더미를 파헤치며 이뤄지고 있다. 심각하게 다쳤지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생존자를 잔해 더미에서 끌어올리면 시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생존자보다는 사망자를 더 많이 찾아냈다.

이날까지 교통이 끊긴 산간 오지 마을의 피해는 집계되지도 못했다. 27일 AP통신은 네팔 고르카 지역의 피해 상황이 밝혀지면 참사의 전체 그림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고르카는 카트만두에서 80km 정도 떨어진 산악 지역으로 25일(현지 시간) 발생한 규모 7.8 대지진의 진원지다. 이 지역으로 통하는 길은 강진 때문에 훼손됐다.

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활동하는 맷 다바스는 “고르카 전체 마을 주민들이 200명, 300명, 1000명씩 한꺼번에 낙석에 묻히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 했다. 한 고위 공무원은 “고르카 지역에서 최소 223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설사와 홍역 등 질병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콜레라 발생이 잦은 네팔에서 오염이 심한 바그마티 강의 물을 식수로 사용하게 될 경우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올라 페이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아태지역 담당자는 “네팔에서 질병의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지방 도로들과 통신망도 끊겨 외부 구호단체가 접근할 때까지 몇 주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네팔#비극#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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