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느끼는 시리아내전 참상… 그게 VR 저널리즘 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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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서 화제… 데라페냐 엠블러매틱 대표

가상현실로 재현한 시리아 내전 상황 노니 데라페냐 대표(작은 사진)가 제작한 가상현실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시리아’. 시리아에 직접 가서 구한 사진과 현장음 등을 토대로 만들었다. 엠블러매틱 그룹·텍사스대 제공
가상현실로 재현한 시리아 내전 상황 노니 데라페냐 대표(작은 사진)가 제작한 가상현실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시리아’. 시리아에 직접 가서 구한 사진과 현장음 등을 토대로 만들었다. 엠블러매틱 그룹·텍사스대 제공
“‘당신이 그곳에 있다(You are there).’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겁니다. 길거리에서 폭탄이 터지는 시리아 내전의 한복판으로 여러분을 데려가는 거죠.”

18일(현지 시간)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ISOJ)에서 만난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저널리즘’의 개척자 노니 데라페냐 엠블러매틱 그룹 대표(52)는 “VR 저널리즘은 독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VR 저널리즘이란 헤드셋 등 특수 장치를 착용하면 마치 사건 사고의 현장에 있는 듯한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는 보도 형태. 1999년 시작된 ISOJ에서 VR 저널리즘에 대한 별도 세션이 마련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심포지엄에선 VR 저널리즘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방도 마련됐다. VR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엠블러매틱 그룹이 3만 달러(약 3200만 원)를 들여 개발한 헤드셋 ‘아테나(ATHENA)’를 쓰니 3차원(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시리아 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데라페냐 대표가 한 달 반 걸려 제작한 ‘프로젝트 시리아’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실제 거리를 걷는 듯 전경이 달라지다가 굉음과 함께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로 4.6m, 세로 4.6m 크기의 바닥 네 귀퉁이에 세워둔 삼각대 위의 모션 캡처 카메라가 아테나에 부착된 5개의 붉은색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이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한다.

데라페냐 대표는 “각종 사건 사고의 신고전화 녹취, 목격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건 현장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특종’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2012년 2월 백인 자율방범대원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지머먼 사건’을 다룬 VR 스토리텔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음성 전문가가 신고전화의 잡음을 제거하다가 가해자인 조지 지머먼이 차에서 나서며 총을 장전하는 소리를 잡아낸 것이다.

VR 저널리즘 확산의 걸림돌은 헤드셋 같은 특수 장치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데라페냐 대표는 VR 기기의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를 지목하며 “2018년이면 전 세계에서 2500만 명이 VR 기기를 가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에서 삼성전자와 미국의 VR 기술 업체 오큘러스VR의 합작품인 ‘기어VR’가 199달러에 출시됐다.

데라페냐 대표는 2009년부터 빈곤, 인종 차별, 시리아 내전 등을 다룬 VR 저널리즘을 선보이며 미국 언론과 학계에서 VR 저널리즘의 ‘대모(代母)’로 불리고 있다. 이전에는 뉴스위크 기자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일해 왔다. 그는 “처음 고글을 착용한 뒤에는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게 됐다. VR 저널리즘은 그 어떤 형식과도 차별화된 본능적이고 강렬한 경험을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17일부터 진행된 올해 ISOJ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은 한국 기자단을 비롯해 전 세계 35개국의 기자들이 참가했다.

오스틴=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시리아 내전#프로젝트 시리아#온라인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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